인천 "쓰레기 더 안 받아"…서울 "경제 이득 양보했는데"
"2025년 이후 쓰레기 어디에 버리나"…서울-인천 갈등 고조
쓰레기 매립지 사용을 놓고 서울과 인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30년 가까이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수도권 쓰레기를 함께 처리해 왔지만, 인천시가 2025년부터는 자체 매립지를 운영하고 서울·경기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인천시는 2024년까지 1천400억원을 들여 옹진군 영흥면에 자체 폐기물매립지 '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하고 2025년부터는 인천 쓰레기만 처리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인천에코랜드는 소각시설에서 처리 과정을 마친 생활폐기물 소각재, 그리고 불연성 폐기물만 매립하는 친환경 자원 순환시설"이라며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2025년에 사용 종료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시는 당혹감 속에서도 인천시의 독자 행보를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2015년에 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이 함께 맺은 4자 협의체 합의는 약속이므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독자 매립지 지역을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강조하는 2015년 4자 협의체 합의의 핵심은 애초 2016년 말 사용 종료 예정이던 수도권매립지를 추가 사용한다는 데 있다.

4자 협의체는 당시 합의에서 3-1매립장(103만㎡)을 추가 사용하되, 만일 이곳의 사용이 끝날 때까지도 후속 대체 매립지를 구하지 못하면 매립지 잔여 부지의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서울시는 2025년께 3-1매립장 사용이 종료된다 해도 단서 조항을 적용한다면 현 매립지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천시가 합의를 파기하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2025년 이후 쓰레기 어디에 버리나"…서울-인천 갈등 고조
아울러 당시 합의를 위해 인천에 적지 않은 경제적 이득을 양보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당시 매립지 지분을 각각 71.3%, 28.7% 보유했던 서울시와 환경부는 4자 합의에 따라 매립면허권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토지 소유권 전체를 인천시에 양도하기로 했다.

이후 실제로 지분 양도가 실행돼 현재 매립면허권 지분은 인천 41.6%, 서울 40.9%, 환경부 17.5%로 바뀌었다.

수도권매립지 1천600만㎡의 전체 자산 가치는 1조5천억원(2015년 인천시 추산)에 이른다.

서울시는 또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50%를 가산금으로 내 매립지 주변 지역 환경 개선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5년에 추가 사용의 전제 조건으로 소유·면허권까지 넘겼는데 이런 식으로 합의를 종잇장처럼 만드는 (인천시의) 행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시는 그러나 서울시가 후속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매립지 연장 사용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며, 인천의 2025년 매립지 사용 연장 원칙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이후 쓰레기 어디에 버리나"…서울-인천 갈등 고조
이처럼 서울시와 인천시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후속 대체 매립지 확보 사업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는 수도권 3개 시·도 공동으로 대체 매립지를 공모하자고 제안했지만, 인천시는 형식적인 공모 후 매립지 사용 연장 수순을 밟으려는 꼼수라며 공모 주최기관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이 앞장서서 후속 매립지를 찾아보자고 할 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5년을 낭비하고 이제 와서 허울뿐인 대체 매립지 공모를 추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인천 자체 매립지 조성에 우선 주력하고 2025년에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로서는 지역 내에 독자 매립지를 확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인데다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인천시를 설득하며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천시가 모든 논의에 단절을 선언한 것은 아닌 만큼 수도권매립지 잔여 부지를 추가 사용하고 공동 대체 매립지를 찾을 수 있도록 대화를 계속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인천시의 대치 속에 경기도는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현 매립지를 계속 사용하면서 대체 매립지를 함께 찾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