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급증, 1단계 완화 때 예견된 상황 …백신·치료제 없어 거리두기 방법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일 200명에 육박하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난달 거리두기 1단계 완화 때부터 환자 증가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전에 서둘러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 선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지역별로 확진자 발생 상황이 다른 만큼, 감염재생산 지수 등 다른 보조지표를 고려해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등의 상황진단과 제언이다.

[전문가 진단] "코로나19 '일촉즉발'…거리두기 단계 격상 고려해야"
◇ 김우주 "일촉즉발 상황…거리두기 '브레이크' 잡아야"
현재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일촉즉발의 상태다.

이날 기준으로 일일 확진자가 200명이 나왔다면, 잠복기와 검사 기간까지 고려해 열흘 전에 이미 200명을 넘었다는 의미고, 지금은 500∼600명도 더 될 수 있다.

환자 수가 감소하는 주말에도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개편 전 과거 거리두기 기준으로는 3단계에 해당하는 상황인데 현재는 아직 1단계인 상황이다.

거리두기 완화로 지난 추석 때부터 여행도 늘고, 일상으로 돌아간 상태라 '일상 방역'이 아니라 '일상 감염'이 된 것 같다.

하루빨리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일 때보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 브레이크로 일찍 차가 서는 것처럼, 코로나19 환자가 500∼600명일 때가 아닌 200명 수준에서 선제적으로 잡아야 한다.

대구 감염 때나 8월 유행 때 격리 환자가 2천 명을 넘어가면서 병상 확보가 아슬아슬했다.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브레이크를 일찍 잡아야 한다.

특히 집회나 모임 말고 집에서도 가족 간 감염을 주의해야 한다.

집은 가장 밀접하고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장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물리적인 '사람 간 거리두기'의 개념으로 공공장소가 아니라 집에서도 지켜야 한다.

고령자나 노약자가 있는 집은 젊은 층인 자녀들이 외출을 삼가고 조심하지만, 여전히 전체 환자의 20%가 20대일 만큼 경각심이 떨어져 있다.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정만 해도 경각심이 올라갈 수 있다.

[전문가 진단] "코로나19 '일촉즉발'…거리두기 단계 격상 고려해야"
◇ 엄중식 "1단계 완화 때 예견된 상황…거리두기 말곤 방법 없어"
통상적으로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유입된 이후 유행의 진폭이 커지는 시기가 보통 짧게는 4∼6주 후, 길게는 8∼12주 후다.

10월 11일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내려온 이후 지금쯤이 4∼6주 지난 시점이다.

역학 전문가들은 10월 중하순에 환자 수가 늘 수 있다고 예측해왔다.

그 직전 주부터 이미 거리두기 하향 조정과 관련된 시그널이 나오면서 여러 활동과 이동량이 증가했고, 모임과 장소 제한도 풀어졌다.

그나마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의 경우 관리가 잘 되고 있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상황이 조절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관리해야 할 대상이 늘어나면 인력이나 격리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거리두기 외에 별도의 방역 조치는 없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제대로 개발된 것이 없다.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고, 내리는 물리적인 방법 외에는 없다.

다만 이전 거리두기 체계에서도 정확하게 조건을 충족시킨 이후에 단계를 격상한 것이 아니라, 환자가 1주일에 100명 이상 증가할 것 같다고 예측되면 단계를 미리 올렸다.

뚜렷하게 확진자 증가세가 보이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춰서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문가 진단] "코로나19 '일촉즉발'…거리두기 단계 격상 고려해야"
◇ 기모란 "확진자 구성 분석해야…'감염재생산' 높아지면 단계 격상도"
수도권은 지금 'R값'(감염재생산 지수)이 한 달째 1을 넘기고 있다.

R값이 높아지면 1.5단계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수도권에서도 지난 1주 동안 하루 확진자 수가 평균 100명을 넘는 수준이라면, 한 지역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권역 내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나왔는지 확인해야 한다.

서울, 경기 지역에선 환자가 많이 나오지만, 인천은 아직 확진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일일 확진자 숫자도 중요하지만, 어떤 환자로 구성됐는지를 봐야 한다.

지역 내 집단 소규모 모임인지, 요양병원에서 발생했는지, 또는 당국이 관리하던 자가격리자 중에서 나온 것인지 등 세부 상황을 봐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건 사람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줄이자는 건데, 현재 감염 확산세가 사람들이 많이 움직여서 발생하는 건지를 봐야 한다.

만약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하면 거리두기 문제보다는 병원 내 관리가 잘못된 것이다.

거리두기에 더해 일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탈 행위에 대해 법에 따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대다수는 마스크를 잘 쓰고 있다.

하지만 일부러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하려면 (마스크 미착용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방법이 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제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