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 /사진=안테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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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나던 때가 언제였을까를 고민하면서 썼어요."

가수 적재는 약 3년 8개월 만에 발매하는 피지컬 앨범에 2006년의 기억을 담았다. 가장 빛나던 시절을 떠올리니 생각난 2006년이었다고 했다. 빛난다는 말의 기준은 일반적인 것과는 달랐다. 완성형의 삶에서 나오는 화려함이 아닌,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반짝임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에야 그 빛이 보인다는 그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이 반짝임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다고 했다.

적재의 두 번째 미니앨범 '2006'은 현재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별 보러 가자'가 수록된 EP '파인(FINE)'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으로,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을 비롯해 '풍경', '알아', '너 없이도', '흔적'까지 적재의 시선에서 마주한 추억, 감정, 일상의 이야기가 5곡에 녹아있다. 그간 '타투', '잘 지내' 개인주의' 등 몇 차례의 싱글을 선보여 온 적재였지만 피지컬 앨범은 오랜만이다.

적재는 "시간이 이렇게 빠른 줄 몰랐다. 앨범을 낸 게 벌써 4년이 다 돼간다"면서 "그동안 싱글이나 OST 등은 발표했지만 앨범은 오랜만에 내는 거라 직접 전곡의 작곡·작사를 했다. 가능하면 최대한 내 손을 많이 거치게 하려 했다. 다른 사람과 협업하거나 새로운 시도하는 걸 빼고 내 본래의 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들로 모아본 앨범이다"고 밝혔다.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은 앨범명 '2006'과 자연스레 이어진다. 적재는 "가장 빛나던 때가 언제였을까를 고민하면서 쓴 내용이다. 들어주시는 분들도 각자 저의 2006년에 해당하는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걸 생각하면서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노래를 들으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는 피드백이 온다면 너무 행복할 듯하다"고 말했다.
적재 /사진=안테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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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의 2006년은 대체 어땠길래 2020년에 닿아 음악이 된 것일까. 그는 "대학교 신입생 때였다. 중·고등학생 때 꿈만 꾸던 대학생활에 실제로 발을 들이게 된 시절이었다"며 "돈도 없고, 이뤄놓은 것도 없고, 실력도 필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배들에 비해 떨어지는 상태였지만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는 게 좋았다. 가장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했던 시기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때가 정말 예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추억의 이면에는 심한 부침을 겪는 자신의 모습도 있었다고. 적재는 "사실 당시의 나는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항상 연습해야 한다는 강박,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대학교에 들어가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 사람들과 공연하고 연주하려면 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순도만큼은 가장 높았던 2006년의 그였다. 적재는 "그때만큼 순수하게 음악을 잘하고 싶어서 노력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요즘은 기타리스트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나 돈에 얽히기도 한다. '정말 순수하던 때는 언제였나'를 생각하다 보니 타이틀곡의 가사까지 쓰게 됐다"고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 탄생 비화를 밝혔다.

"처음엔 막연하게 풋풋한 느낌의 코드 진행과 반주 정도만 만들어놓고 이 곡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생각했어요. 그때 마침 친구들끼리 '너는 과거로 딱 한 번만 돌아가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라는 얘기를 했어요. 20대 후반의 저는 '과거는 괴로운 기억밖에 없고 미래가 더 기대되고 더 잘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 돌아가고 싶은 생각 없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저 땐 저래서 좋았지'라고 말이에요. 딱 한 번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음악을 잘하고 싶었던 2006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과거를 돌아보는 성격은 아니라는 적재였다. 그는 "미래에 대한 걱정, 고민, 기대 등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사람이었다. 내가 회상하는 노래를 썼다는 게 아직도 조금 신기하긴 하다"면서 "음악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해나가는 계기가 되는 앨범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몇 년 동안 정체기였다는 생각이 있다. 연주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생각하는 범위도 항상 일정한 틀 안에서만 하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생각의 틀도 많이 바꿔보면서 곡을 썼다"고 고백했다.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어느 때보다 더 손길을 더한 앨범이었기 때문이었다. '2006'을 가장 '적재다운 앨범'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사실 나다운 음악이 무엇인지 아직 머릿속에서 확립되지는 않았다"고 운을 뗀 그는 "최근 싱글인 '타투', '잘 지내', '개인주의'는 편곡에서 손을 떼고 아예 다른 분한테 맡겨서 새로운 스타일 위에서 연주하고 노래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러다 미니 앨범이 나온 지도 너무 오래됐고, 내가 편곡한 나의 색깔의 곡들로 수록된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단, '적재다운 음악'에 대한 기준은 강제로 확립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장르나 색깔을 규정지으면 그 안에서만 만들려고 할 것 같다. 그냥 '2006'에 수록된 곡들은 내 손을 최대한 많이 거친 음악들이다"고 강조했다.
적재 /사진=안테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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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자신의 손길을 거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기에 완성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다. 적재는 "'이게 맞나' 싶은 의문에 아쉬움도 생기면서 계속 다듬다 보니 타이틀곡은 최종에 최최종까지 16번이나 수정했다. 정말 마음에 들 때까지 만들어보고 싶었다"면서 "집이나 작업실에서 핸드폰 메모장과 싸우면서 쓴 곡들이라 더 오래 걸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아마 이미 공개가 됐을 텐데 혼자 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그 사이에 안테나에도 들어오고, 같이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심혈을 기울인 앨범이 된 것 같다. 오래 걸렸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럽다"고 했다.

2014년 정규 1집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은 적재는 사실 실력파 기타리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중학생 시절 우연히 본 밴드부 공연을 시작으로 적재의 품엔 기타가 안겼다. 여러 굵직한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세션으로 활약하며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불리고 있는 그는 기타리스트,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두 가지의 역할에 모두 충실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세션으로 시작해 중간부터 싱어송라이터를 했어요. 병행하니 좋더라고요. 너무 한 쪽으로만 기울면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이 찾아오는데 세션 녹음을 하면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곡 스타일과 장르를 접하게 되잖아요. 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다른 장르에서 얻는 아이디어도 많아요. 그걸 또 제 앨범에 쏟아부을 수도 있고요. 가능하다면 기타리스트의 삶과 싱어송라이터를 최대한 같이 오래 하고 싶어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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