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1세이브' 이영하, PO 사상 첫 '불펜 MVP' 도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투수 이영하(23)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개인 첫 세이브와 승리를 챙겼다.

한국 야구가 기대하는 '우완 정통파 선발 요원'이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승리와 인연이 없었던 이영하가 '마무리 투수'로 2020년 가을 야구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

5전3승제 플레이오프(PO)에서 1, 2차전을 잡은 두산은 1승을 보태면 한국시리즈(KS) 진출을 확정한다.

KS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 이영하가 마운드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이영하가 KS 진출을 확정하는 공을 던진다면,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PO에서 한 번도 선발 등판하지 않은 투수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새 역사가 탄생할 수도 있다.

KBO는 1995년부터 PO MVP를 선정했다.

양대 리그를 펼친 1999년과 2000년에는 PO도 각 리그에서 한 번씩, 총 두 번씩 치러 지난해까지 PO MVP는 총 27명이 탄생했다.

이중 투수는 6명뿐이다.

1995년 주형광(롯데 자이언츠), 1996년 최창호(태평양 돌핀스), 1999년 송진우(한화 이글스), 박석진(롯데 자이언츠), 2013년 유희관, 2015년 더스틴 니퍼트(이상 두산)가 투수로 PO MVP에 올랐다.

PO MVP를 수상한 투수들은 모두 해당 시리즈에서 1차례 이상 선발 등판했다.

송진우는 1999년 선발승과 세이브를 모두 챙기며 MVP의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PO에서 구원으로만 등판해 MVP에 오른 선수는 없다.

7전4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는 1999년 구대성(한화), 2004년 조용준(현대 유니콘스), 2005년과 2011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등 구원 등판만 하고도 시리즈 MVP를 차지한 사례가 나왔다.

KS보다 짧은 PO에서는 불펜 투수가 존재감을 과시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1승 1세이브' 이영하, PO 사상 첫 '불펜 MVP' 도전
2020년 이영하는 다르다.

LG 트윈스와의 준PO 1, 2차전에 모두 등판했던 이영하는 PO 1, 2차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랐다.

올해 팀이 치른 4차례 포스트시즌 경기에 모두 등판하는 강행군이다.

더구나 이영하는 9일 PO 1차전에서 1⅓이닝(2피안타 무실점) 동안 공 31개를 던지고도, 10일 2차전에서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1차전에서 크리스 플렉센이 남겨 놓은 주자 2명에게 득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영하는 추가 실점을 막고 9회에도 역투하며 개인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챙겼다.

2차전에서는 세이브를 얻었다.

이영하는 지난해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활약하며, 두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다.

올해도 두산 3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발 등판한 19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했다.

마침 마무리 요원이었던 함덕주가 선발 전환을 희망하고, 이영하도 "올해는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사를 전해 김태형 감독은 9월 초에 둘의 보직 맞바꿨다.

이영하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구원 등판한 23경기에서 2승 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04로 잘 던졌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4경기 5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PO에서는 운도 따라서, 이미 1승 1세이브를 챙겼다.

PO MVP 후보로 꼽히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