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세계 최초의 노벨상 2회(물리학상·화학상) 수상자 마리 퀴리.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지는 인물이지만, 영화 '마리 퀴리'는 110분의 러닝타임에 그의 업적과 사랑, 신념 등을 효율적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위대한 여성 과학자의 업적과 삶…영화 '마리 퀴리'
폴란드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는 학계에서 눈총을 받으며 연구실에서 쫓겨나도 주눅 들지 않는다.

훗날 남편이 되는 피에르 퀴리의 관심에 까칠하게 굴다가도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하고 당당하다.

관객들은 이런 몇몇 장면만으로도 마리 퀴리의 성격을 순식간에 파악하게 된다.

과학을 탐구하려는 열정과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돌파하는 단호함, 자신에 대한 굳은 믿음과 때로는 거침없는 모습에 빠져든다.

무엇보다 실존 인물에 관한 영화는 업적을 다루는 데 급급해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숨겨진 개인사에 치중하다 길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마리 퀴리'는 이 두 가지를 다루는 균형감이 탁월하다.

두꺼운 위인전보다도 더 세세하게 마리 퀴리의 업적과 인생을 파고든다.

위대한 여성 과학자의 업적과 삶…영화 '마리 퀴리'
1898년 퀴리 부부는 방사성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해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이는 본격적으로 방사능 연구가 이뤄지게 된 위대한 발견이지만, 마리 퀴리는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노벨상 수상자에서 배제될 뻔하기도 했다.

영화는 여성에게 투표권조차 보장되지 않았던 시기,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마리 퀴리가 남긴 역사적 의미와 남편이자 동료인 피에르 퀴리의 조력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여성 과학자로서 마리 퀴리의 상징성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의 가족, 연인 등 인간 마리 퀴리의 삶도 대담하게 풀어낸다.

그는 남편의 죽음 이후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세상의 멸시를 받으면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위대한 여성 과학자의 업적과 삶…영화 '마리 퀴리'
여기에 더해 마리 퀴리의 폴로늄과 라듐의 발견을 과거의 업적으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영화 중간에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미국 네바다 핵실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장면을 배치해 위대한 과학의 발견을 현재의 시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이런 과학의 이면은 마리 퀴리 자신도 고뇌했던 부분이다.

영화에서 남편이자 공동 연구자였던 피에르 퀴리의 "당신은 호숫가에 돌을 던진 거야. 그 파장은 어떻게 할 수 없어"란 대사에서도 마리 퀴리의 고뇌를 짐작해볼 수 있다.

마리 퀴리는 과학 자체는 순수하다면서도 그 이면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딸 이렌 퀴리와 함께 1차 세계대전 당시 구급차에 엑스레이를 설치해 의료봉사에 참여하는데 영화는 우리가 잘 몰랐던 마리 퀴리의 마지막 모습까지도 충실히 담아낸다.

오는 18일 개봉.
위대한 여성 과학자의 업적과 삶…영화 '마리 퀴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