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법률·증거 따라 수사 진행…무리한 의혹 제기 유감"
중앙지검, 잇단 압색 영장 기각…"성급한 수사" 비판도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와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잇달아 기각돼 `성급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김씨와 관련한 의혹 사건을 배당받은 지 1주일도 채 안 돼 김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통째로 기각당했다.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증거들에 대한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영장 집행 시 법익 침해가 중대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증거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에 나서기 전 수사 대상자들에게 먼저 자료를 자진 제출하도록 요구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놓고 검찰이 사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압수수색부터 하려다 제 발등을 찍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에서 나 전 의원의 자택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나 전 의원의 자녀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앞서 지난 9월에도 압수수색영장이 1차례 기각돼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검찰은 이후 재청구한 영장을 발부받아 나 전 의원이 회장으로 재직했던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와 나 전 아들의 특혜 제공 의혹에 연루된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을 했다.

김씨 사건은 지난 9월 한 시민단체가 고발한 후에 한 달이 넘도록 사건 배당이 이뤄지지 않아 현직 검찰총장 관련 사건이고 정치적 논란이 심해 사건 처리에 부담을 느끼거나 검찰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수사팀 내부 반대에도 지검장이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강행했다'·`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무조건 기소를 전제로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등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다른 고려 없이 법률과 증거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무런 근거 없는 무리한 의혹 제기에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는 윤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해 6월 전시회를 열면서 검찰 수사·재판과 관련이 있는 대기업 후원을 받아 사실상 뇌물수수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윤 총장의 가족이나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도 여권을 겨냥한 수사는 정권 눈치를 보면서 뜸을 들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2부는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기소 한 뒤 수사팀 교체 등으로 후속수사에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소환조사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처벌 여부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며,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의 연루 혐의 수사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전형적인 `정권 눈치보기' 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잇단 압색 영장 기각…"성급한 수사" 비판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