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평화협정 합의…아제르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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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휴전…아르메니아, 카라바흐 주요 지역 아제르에 반환
러시아 5년간 2천 명 규모 평화유지군 파견
아르메니아 총리 "고통스러운 결정"…주민 수천 명 항의 시위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싸고 수 주째 치열하게 교전해온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 협정에 합의했다.
명목은 '평화협정'이지만 실상은 아제르바이잔의 '완승', 아르메니아의 '항복'에 가깝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9일(현지시간) 밤늦게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지역에서 전투와 모든 군사활동의 완전한 중단을 규정한 공동서명에 서명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양군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10일 오전 0시부터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그담 지역과 아제르바이잔 가자흐 지역의 점령지를 오는 20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하고, 켈바자르와 라친 지역을 각각 이달 15일과 12월 1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하기로 했다.
이로써 아제르바이잔은 미승인국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아르차흐 공화국)의 수도인 스테파나케르트를 제외한 주요 지역 대부분을 수복했다.
스테파나케르트는 라친 회랑을 통해서만 아르메니아 본토와 연결되는 상황이 됐다.
동서 분단 시기 동독 영토 내에 있던 서베를린 상황이 된 것이다.
더욱이 스테파나케르트를 내려다보며 포격할 수 있는 고지대인 슈시(아제르바이잔어로 슈샤)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넘어가면서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생명줄을 쥔 셈이 됐다. 러시아는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아르메니아 군의 철수와 함께 향후 5년간 평화유지군을 배치하기로 했으며, 평화유지군 규모는 소화기로 무장한 병력 1천960명과 장갑수송차 90대, 군용차량 및 특수장비 380대 등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군대들이 현재 점령한 지역에서 (전투 활동을) 멈추고,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양측) 대치 전선을 따라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카라바흐 전쟁의 중단에 관한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공동 성명 내용은 우리 국민과 개인적으로 내게 아주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애통해하면서도 "군사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상황에 정통한 사람들의 평가를 토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현 상황에서 이것이 최상의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역시 이날 자국 국영 TV로 중계된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회견에서 "3자 휴전 합의는 분쟁 해결에 중대한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알리예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러시아와 터키 양국의 공동평화유지군이 활동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뿐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해온 터키도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터키의 평화유지군 파견은 합의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평화협정 합의 이후 러시아는 곧바로 평화유지군 병력과 군 장비를 실은 일류신(IL)-76 수송기를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으로 파견하기 시작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평화협정은 앞서 이날 아르메니아 주둔 러시아군 전투 헬기가 국경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 군에 의해 격추돼 러시아 조종사 2명이 사망한 사건 뒤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사고 뒤 아제르바이잔 외무부는 곧바로 자국군이 실수로 헬기를 격추했다며 러시아에 사과했고, 알리예프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에 직접 전화를 걸어 거듭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카라바흐 영토 분쟁과 관련한 양국의 교전은 지난 9월 27일부터 6주 넘게 계속돼 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옛 소련 시절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를 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았으며,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2017년 '아르차흐 공화국'으로 명칭을 바꿨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지난달 10일부터 세 차례나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곧바로 휴전 합의를 무시한 채 교전을 지속했다.
다만, 이번 평화협정은 아제르바이잔이 진격에 상당한 성공을 이룬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러시아와 터키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함에 따라 효력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휴전 합의가 공개되자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선 주민 수천 명이 자국에 불리한 합의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들은 "우리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외치며 일부는 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는 등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아라라트 미르조얀 의회 의장이 시위대에 폭행을 당해 심하게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시위대는 파쉬냔 총리와 가족이 거주하는 관저로 몰려가 출입문과 창문, 가구 등을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당시 파쉬냔은 관저에 없었으며, 시위를 진압할 경찰 병력까지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차흐 공화국은 개전 이후 이날까지 나고르노-카라바흐 방어군 1천302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 정부가 운영하는 아르메니아 통합정보센터는 지난 7일까지 아제르바이잔군의 병력 손실이 7천51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은 자국군의 인적·물적 피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5년간 2천 명 규모 평화유지군 파견
아르메니아 총리 "고통스러운 결정"…주민 수천 명 항의 시위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싸고 수 주째 치열하게 교전해온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 협정에 합의했다.
명목은 '평화협정'이지만 실상은 아제르바이잔의 '완승', 아르메니아의 '항복'에 가깝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9일(현지시간) 밤늦게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지역에서 전투와 모든 군사활동의 완전한 중단을 규정한 공동서명에 서명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양군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10일 오전 0시부터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그담 지역과 아제르바이잔 가자흐 지역의 점령지를 오는 20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하고, 켈바자르와 라친 지역을 각각 이달 15일과 12월 1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하기로 했다.
이로써 아제르바이잔은 미승인국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아르차흐 공화국)의 수도인 스테파나케르트를 제외한 주요 지역 대부분을 수복했다.
스테파나케르트는 라친 회랑을 통해서만 아르메니아 본토와 연결되는 상황이 됐다.
동서 분단 시기 동독 영토 내에 있던 서베를린 상황이 된 것이다.
더욱이 스테파나케르트를 내려다보며 포격할 수 있는 고지대인 슈시(아제르바이잔어로 슈샤)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넘어가면서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생명줄을 쥔 셈이 됐다. 러시아는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아르메니아 군의 철수와 함께 향후 5년간 평화유지군을 배치하기로 했으며, 평화유지군 규모는 소화기로 무장한 병력 1천960명과 장갑수송차 90대, 군용차량 및 특수장비 380대 등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군대들이 현재 점령한 지역에서 (전투 활동을) 멈추고,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양측) 대치 전선을 따라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카라바흐 전쟁의 중단에 관한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공동 성명 내용은 우리 국민과 개인적으로 내게 아주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애통해하면서도 "군사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상황에 정통한 사람들의 평가를 토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현 상황에서 이것이 최상의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역시 이날 자국 국영 TV로 중계된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회견에서 "3자 휴전 합의는 분쟁 해결에 중대한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알리예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러시아와 터키 양국의 공동평화유지군이 활동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뿐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해온 터키도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터키의 평화유지군 파견은 합의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평화협정 합의 이후 러시아는 곧바로 평화유지군 병력과 군 장비를 실은 일류신(IL)-76 수송기를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으로 파견하기 시작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평화협정은 앞서 이날 아르메니아 주둔 러시아군 전투 헬기가 국경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 군에 의해 격추돼 러시아 조종사 2명이 사망한 사건 뒤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사고 뒤 아제르바이잔 외무부는 곧바로 자국군이 실수로 헬기를 격추했다며 러시아에 사과했고, 알리예프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에 직접 전화를 걸어 거듭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카라바흐 영토 분쟁과 관련한 양국의 교전은 지난 9월 27일부터 6주 넘게 계속돼 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옛 소련 시절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를 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았으며,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2017년 '아르차흐 공화국'으로 명칭을 바꿨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지난달 10일부터 세 차례나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곧바로 휴전 합의를 무시한 채 교전을 지속했다.
다만, 이번 평화협정은 아제르바이잔이 진격에 상당한 성공을 이룬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러시아와 터키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함에 따라 효력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휴전 합의가 공개되자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선 주민 수천 명이 자국에 불리한 합의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들은 "우리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외치며 일부는 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는 등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아라라트 미르조얀 의회 의장이 시위대에 폭행을 당해 심하게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시위대는 파쉬냔 총리와 가족이 거주하는 관저로 몰려가 출입문과 창문, 가구 등을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당시 파쉬냔은 관저에 없었으며, 시위를 진압할 경찰 병력까지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차흐 공화국은 개전 이후 이날까지 나고르노-카라바흐 방어군 1천302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 정부가 운영하는 아르메니아 통합정보센터는 지난 7일까지 아제르바이잔군의 병력 손실이 7천51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은 자국군의 인적·물적 피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