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은 이번 의혹과 관련 국회에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법조계에선 핵심 피의자인 김 전 회장이 라임 사건을 정치적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접대 날짜는 작년 7월 12일과 18일"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10일 언론을 통해 ‘검사 술접대 의혹'과 관련해 김 전 회장 의견이 담긴 2300자의 입장문을 전했다.김 전 회장 측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술 접대 날짜와 그 참석자에 대해서는 지난 4일까지의 검찰 조사를 통해 대부분 진술했다"며 “검찰 조사에서 술 접대 날짜는 지난해 7월 12일과 18일 중 하루일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대폰 포렌식 자료 및 통화 기록 등을 토대로 술 접대 날짜를 특정했다고 했다. 그는 "포렌식 자료를 보니 카톡 기록이 삭제돼 있었지만, 이미 압수된 관련자들의 통화기록이 남아 있어 지난해 7월에 있던 통화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휴대폰 포렌식 자료에 있는 술값 계산서 등에 나온 날짜 및 A변호사와 김회장, 술집 종업원, 이종필 부사장 등 사이의 통화가 있었던 날짜를 알게 됐다"며 "이 부사장이 A변호사를 알고 술집에 가게 된 무렵부터 2019년 7월 라임 관련된 보도가 나온 무렵까지 사이에 있는 날짜들을 토대로 서너 날짜 정도를 각각 지목했다"고 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6일 옥중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며 "올 5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도착해 보니 접대 자리에 있던 검사가 수사 책임자였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이 공개된 뒤 사흘간 구치소에서 수차례 김 전 회장을 접견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접대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 등 일부 인물을 특정해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0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검사 향응 수수 사건을 수사해왔다. 그동안 수사팀은 구치소를 찾아 김 전 회장을 조사했다.
추가 입장문을 낸 경위에 대해 김 전 회장 측은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거나 부정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 차질을 빚을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 4일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회장 측 "청문회 간절히 소망"
김 전 회장 측은 로비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검찰 출신 A변호사에 대해서도 추가 해명을 요구했다.김 전 회장 측은 "그동안의 보도에 따르면 A변호사는 김회장에게 술 접대 날짜를 즉시 공개할 것을 요청하면서 날짜를 김 회장이 제시하면 A변호사 내지 술 자리 참석자 등의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며 "김 회장의 진술이나 주장에 대하여 A변호사 등이 반론할 것이 있다면 이를 공개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청문회 등이 열리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 전 회장 측은 "김회장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실과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여러 질문에 대하여 직접 답변하고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얼마든지 이에 응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국민의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각종 현안을 조사하고 챙기는 국회에서 청문회나 기타 다른 형식의 장을 만들어 주신다면, 국민들께서 궁금해 하시는 내용들을 소상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이날 김 전 회장 주장을 두고 일각에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 전 회장 측은 지난달 16일과 21일, 25일 등 여러 차례 걸쳐 옥중 입장문을 언론에 전달했다. 그때마다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조금씩 엇갈렸다.
그는 지난달 8일 라임 사태의 정관계 연결 고리로 지목된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다 지난달 16일 돌연 주장을 바꿨다. 그는 이날 옥중 입장문을 내고 “전관 출신 A변호사가 ‘여당 정치인과 강 전 수석을 잡아주면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낸 2차 옥중 입장문에서는 자신의 증언까지 뒤집었다.
그는 “(이 대표와 강 전 수석) 둘 사이에 금품이 오갔는지 본 적도 없고 (이 대표가) ‘잘 전달하고 나왔다’고 말을 명확하게 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한 언론에 공개한 3차 옥중 입장문에서는 “라임 관련 여권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연루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 전 회장 측 입장문 전문
[언론에 보도된 A변호사의 주장 등에 대한 김봉현 회장의 반론과 술 접대 날짜 등과 관련된 김회장의 입장을 알려드립니다]언론과 국민들께서 술 접대 날짜 등에 대하여 궁금해 하시고 계신데, 일단 술 접대 날짜와 그 참석자에 대해서는 지난 11월 4일까지의 검찰 조사를 통하여 김회장이 대부분 진술하였습니다.
김회장측은, 최근에 일부 언론의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고 있고 이러한 기사들로 인하여 검찰 조사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난 11월 4일 조사를 마친 후부터는 조사 내용을 함구하였는데, 그 뒤로 A변호사의 주장 등이 언론을 통해 계속 알려지는 반면 김회장측이 계속 함구하고 있자 술 접대와 관련하여 김회장이 그동안 밝혀온 것이 거짓이라고 믿는 분들도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검찰 조사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다만 언론에 공개된 A변호사의 주장 및 술 접대 날짜 등에 관한 김회장의 입장을 일부나마 밝힘으로써 김회장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떨어뜨리거나 부정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본의 아니게 일부 검사의 실명이 언론에 공개된 상태이고 술 접대 외에도 김회장의 자필문서들과 관련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김회장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실과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여러 질문에 대하여 직접 답변하고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얼마든지 이에 응하고자 합니다. 특히 국민의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각종 현안을 조사하고 챙기는 국회에서 청문회나 기타 다른 형식의 장을 만들어 주신다면, 김회장은 우리 국민들께서 궁금해 하시는 내용들을 소상하게 밝혀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조만간 그러한 자리를 만들어 주시리라는 희망과 기대 속에 오늘은 우선 김회장이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술 접대와 관련하여 진술하거나 주장한 내용을 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김회장은 술 접대 날짜로 2019년 7월 12일과 같은 달 18일을 지목하였습니다. 이는 검찰이 제시한 관련자들의 휴대폰 포렌식 자료 및 통화 기록 등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김회장은 그 술집을 자주 방문하였기에 딱 하루만 지목하기가 어려웠고 다만 이미 압수된 휴대폰에 있는 관련자들과의 사이의 카톡 내용만 보아도 당일의 대화 내용이 나와 있으므로 바로 날짜를 지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포렌식 자료를 보니 관련자와 김회장 사이의 카톡이 삭제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카톡 중에서 20% 정도가 복원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삭제를 누가 했는지는 김회장도 모르고, 다만 앞서 압수된 휴대폰에 이미 카톡이 삭제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김회장이 쉽게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했을 수 있으리라 추측만 하는 상태입니다.
다만 이미 압수된 관련자들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었고, 지금은 비록 술 접대 날짜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위 압수된 시기는 술 접대 날짜로부터 1년 이내였으므로 2019년 7월에 있었던 통화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김회장은 휴대폰 포렌식 자료에 있는 술값 계산서 등에 나온 날짜 및 A변호사와 김회장, 술집 종업원, 이종필 부사장 등 사이의 통화가 있었던 날짜 그리고 이종필 부사장이 A변호사를 알게 되고 술집에 가게 된 무렵부터 2019년 7월 라임 관련된 보도가 나온 무렵까지 사이에 있는 날짜들을 토대로 서너 날짜 정도를 각각 지목하였고, 그 교집합이 된 날짜가 7월 12일과 같은 달 18일이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 날짜 중 하나는 22시 59분 25초에 A변호사가 김회장에게 4초간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였고, 23시 01분 57초에 재차 메시지를 보냈으며, 23시 18분 52초와 23시 19분 21초에 김회장이 술집 종업원에게 전화를 걸어 두 차례에 걸쳐 통화를 하였고, 김회장은, 위와 같은 내용을 보면 A변호사가 김회장에게 “지금 이 방으로 오면 된다”는 연락을 하고 김회장은 술집 종업원에게 “이 방을 특별히 신경 써달라”는 연락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 내지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 동안의 보도에 따르면 A변호사는 김회장에게 술 접대 날짜를 즉시 공개할 것을 요청하면서 날짜를 김회장이 제시하면 A변호사 내지 술 자리 참석자 등의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위와 같은 김회장의 진술이나 주장에 대하여 A변호사 등이 반론할 것이 있다면 이를 공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을 올린 바와 같이, 김회장에 대한 청문회 등 국회를 통해 김회장이 적법하게 우리 국민들께 자필 문서들 전체 내용과 더 구체적인 증거들에 관하여 소상한 말씀들을 올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점을 국회에서도 적극 검토하시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