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때 더딘 정산으로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대금을 미리 내주거나, 청년 창업가를 위해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인 데다 내년 이자 유예 조치가 풀리면 한계기업이 폭증할 것으로 우려돼 ‘총력 지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줄도산 막자"…은행, 소상공인 선제 지원 '총력'

‘경제 보루’ 中企·소상공인 살리자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재원 소진으로 멈췄던 소상공인 정책대출을 최근 재개했다. 지난 9월 말 4차 추가경정예산안(7조8000억원) 통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보증 재원이 다시 확보됐기 때문이다.

4차 추경예산 중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에 배정된 금액은 3조8000억원이다. 은행이 집행하는 소상공인 정책대출에는 청년고용특별자금, 일반경영안정자금 등 기존 대출 외에도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대출이 포함된다. 이 대출에 특히 적극적인 곳은 농협은행이다. 19개 금융사의 소상공인 정책대출 가운데 25%를 농협이 담당했다. 공단을 방문할 필요 없는 ‘원스톱 시스템’을 마련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비대면 대출 등 비슷한 시스템을 마련한 우리·신한·하나은행(충청권)·산림조합중앙회 등의 지원 실적도 두드러졌다.

은행들은 유통 등 이종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자들을 돕고 있다. 신한은행은 배달대행 서비스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로지올, 매출관리 전문기업 마이앨리와 손잡고 최장 20일이 걸리던 배달대행 수수료를 매출 발생 다음날 입금해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제너시스BBQ와의 제휴를 통해 비대면 매장 창업자에게 연 1%대 저리대출을 해주고, 대기업 협력업체 대상으로 대출 금리를 깎아주고 있다.

기업은행은 개인사업자를 겨냥한 비대면 전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내놨다. 개인사업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정보를 입력하면 지점 방문 없이도 최대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경영관리 앱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전용 비대면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지금 못 막으면 더 큰 부실 온다

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내년에 불어닥칠 위기를 미리 준비하려는 차원이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자 유예 조치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부실이 수면 아래 감춰져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과 정책금융기관, 2금융사들이 올 들어 9월 말까지 만기를 연장해준 대출은 75조8000억원, 이자상환 유예액은 1075억원에 달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계기업(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기업)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사들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14.8%에서 올해 말 21.4%로 올라갈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약간의 자금만 있으면 한계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아직 많다”며 “식음료 등 일부 업종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장성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