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10대 돌풍 잠재우고 신인상 부문 이원준 1위, 한승수 2위
최종전 우승 한승수·최고령 신인왕 이원준 '중고 신인 만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0시즌 최종전이 끝난 8일 경기도 파주의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한 한승수(34·미국)와 이번 대회로 KPGA 코리안투어 역대 최고령 신인왕을 확정한 이원준(35·호주)이 나란히 '늦깎이 만세'를 외쳤다.

외국 국적의 교포 선수인 이들은 아마추어 시절 유망주로 주위 기대가 컸지만 프로 전향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승수는 2001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본선 진출 기록(14세 8개월)을 세웠고, 2002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선정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200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 초청 선수로 나가는 등 장래가 유망했으나 2009년 프로 전향 이후에는 별다른 성적이 없었다.

PGA 2부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아시안투어, 캐나다 투어 등을 거쳐 2015년에는 일본프로골프 투어(JGTO) 퀄리파잉 스쿨을 1위로 통과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우승 기자회견에서 "어릴 때는 주위 기대를 많이 받았는데 프로 되고 나서 쓴맛을 많이 봤다"며 "가고 싶지 않은 곳에서도 시합에 나가야 했다"고 털어놨다.

JGTO에서 2017년 카시오 월드오픈을 제패, 프로 첫 우승을 달성한 그는 "한 5∼6년 전에는 골프가 안 돼서 6개월 정도 골프를 접기도 했다"며 "그때는 골프가 안 되면 스스로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6살 난 딸과 4살 아들을 둔 한승수는 "큰아이가 태어나고 저도 인생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며 "이제 골프를 잘 치고 못 치고는 제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일본과 한국 투어에서 1승씩 따내게 된 전환점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이후 저 스스로 기량을 발휘하는 정신력을 갖추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종전 우승 한승수·최고령 신인왕 이원준 '중고 신인 만세'
이원준도 마찬가지다.

이원준은 아마추어 시절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지만 역시 2006년 프로 전향 이후 우승이 없었다.

그의 프로 첫 우승은 지난해 KPGA 선수권에서 나왔고, 올해 10월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따냈다.

손목, 허리 등의 부상으로 고생한 이원준은 종전 31세였던 KPGA 코리안투어 최고령 신인상 기록을 무려 4년이나 늘려놨다.

그는 "젊은 선수가 받아야 하는 상인데…"라고 쑥스러워하며 "앞으로 대상, 상금왕 등 다른 상도 노려보겠다"고 의욕을 내보였다.

한승수는 "이원준 선수와는 대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며 "미국 아마추어 대회 때 이원준 선수가 호주 대표로 와서 알게 됐다"고 둘의 관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둘은 이번 시즌 KPGA 코리안투어 신인 자격으로 출전, 이원준이 신인상을 받았고 이 대회 전까지 신인상 포인트 4위였던 한승수가 이번 우승으로 2위까지 올랐다.

시즌 초반 김주형(18) 등 10대 선수들의 돌풍이 거셌던 KPGA 코리안투어 2020시즌 신인상 부문 선두권은 30대 중반의 이원준, 한승수가 차지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