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중시로 안정적 한미관계 기대하지만 '바이든 허니문' 이후도 대비해야"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는 계속될 것…한국에 대한 주문 늘 수도"

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8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내년 새로운 미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한반도 문제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맹을 거래 관계로 여겨 경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한미관계도 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중시하더라도 한국으로서는 한미 '허니문' 기간 이후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바이든 당선] 전문가들 '한국 중재역할' 강조…"한반도문제 공백 막아야"(종합)
우선 전문가들은 미 정권 교체기 때 한국의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이란 핵 합의 재가입, 파리기후협약 복귀 문제 등 선결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자칫 한반도 문제는 '공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외교·안보 진용을 갖추는 데 길게는 6개월이 걸릴 수 있는데 한반도 문제가 공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의견을 잘 전달해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의 반복이 되지 않도록 초기에 세팅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바이든 쪽과는 지금 당장 채널이 없어 새로 개척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우리 정부가 중간에서 북미 간 소통을 가속화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중재할 역할 공간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다짜고짜 바이든 캠프에 섣불리 접촉하는 것보다 내부적으로 견고한 설득 논리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미국도 외교안보팀 구성에 시간이 걸리고 시급한 국내 문제들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몰려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가더라도 바이든 캠프 사람들이 만나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리 쪽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담론을 만들어 미국에 의제를 전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아웃소싱하라. 대신 미국을 제치고 사전 협의 없이 어떤 것도 진행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미국을 설득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이든 당선] 전문가들 '한국 중재역할' 강조…"한반도문제 공백 막아야"(종합)
전문가들은 대체로 바이든 당선이 한미관계 전반에 도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바이든이 동맹을 중시하고 예측 가능하며 비교적 합리적일 것이라는 면에서 한미관계가 안정되리라 볼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전체적으로 미국이 방위비 등 분야에서 동맹의 의무를 더 충실하게 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어 동맹인 우리한테는 좋다"고 진단했다.

김준형 원장도 "한미관계에서 예측 불가하고 비합리적인 것들이 많이 사라지고 절차와 합리성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고조됐던 미중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일단 완화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커 한국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은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든 미중 간 패권 경쟁은 시작됐고 그 경쟁 속에 우리가 들어간 것은 기정사실"이라면서도 "미중이 과거 냉전 시대처럼 이념적으로 완전히 갈라지는 것은 아닐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중 중간에 우리가 끼었다고 어느 편에 설 필요는 없다"며 "국익 외교 관점에서 이익의 균형을 찾고 국익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가면 된다"고 밝혔다.

김성배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으로서도 북핵 문제나 기후변화 문제 등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때처럼 신냉전으로 가는 분위기는 자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바이든은 동맹과 단일대오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니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협력체)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5G(5세대) 이슈 등에서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던 분위기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위성락 전 대사는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이 같은 논리로 한국에도 동맹으로서 더 충실한 자세를 기대하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든이 중국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동맹과의 연대, 또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연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주문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동맹 중시'를 강조했다고 해서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준형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 초반에는 트럼프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국이 관대해지고 동맹국을 친구처럼 대할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감상주의"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한 번도 다른 국가를 이익의 관점에서 대하지 않은 적이 없다"면서 "당분간 밀월 기간은 있겠지만 '바이든 정부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도 대비하고 치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대사는 "트럼프의 경우 예측 불가능했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 관료들의 반대에도 트럼프만 설득하면 지지를 얻는 경우가 있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그런 운신의 공간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