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반드시 한국 방문할 것"

"한국은 제 마음속에 아주 특별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곳을 반드시 찾으리라'하고 꿈꿀 정도로요.

"
우리 문화에 애정 어린 시선이 가득 담긴 글을 잇달아 트위터에 게시하며 국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에 오른 해외 작가가 있다.

소설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브라질 출신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73)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모국에 머물고 있는 그와 8일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웹툰과 드라마, K-팝 등 우리나라 대중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근황 등을 들어봤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올드보이 보고 한류사랑에 빠졌어요"
"2016년 무렵이었어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 보이'를 우연히 봤죠. 한류와 사랑에 빠진 계기였어요.

이것을 시작으로 접한 한국 영화만 100편이 넘을 겁니다.

스크린에서 마주한 서울과 부산 등을 보면서 '실제로 보면 어떨까'하는 궁금증도 들었고요.

"
집필하는 작품마다 100여개국에서 출간되고, 각국 베스트 셀러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소설가인 파울로 코엘료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다.

대표작 '연금술사'는 국내에 소개된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점가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며 "나 역시 지금만큼 한국에 관심이 크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비행기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습니다.

지구촌 베스트셀러 목록이 실렸죠. 기대도 안 했던 한국 차트에서 '연금술사'를 발견했어요.

'잘못 나온 게 아닐까' 싶었지만 틀림없었죠. 저는 그 당시 한국을 겨냥해 홍보를 하지도 않았고,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단지 독자의 입소문만을 타고 책이 팔렸다는 의미죠."
그는 "다시 돌이켜 봐도 행복한 기억"이라며 "때때로 한국 가수나 배우들이 내 소설을 언급할 때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국내 인기 웹툰의 주인공이 연금술사를 읽는 장면을 캡처해 올리거나 방탄소년단을 호평하는 글을 남기는 등 꾸준히 한국 대중문화를 높이 평가해왔다.

그가 꼽은 K-콘텐츠의 매력은 풍성한 이야기와 아름다움이다.

"인터뷰 직전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모두 봤어요.

명작입니다.

근래 본 작품 중 최고였어요.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풍부한 서사가 담겼어요.

또한 저 같은 외국인에게 (생소한 소재인) 남북 관계를 다룬 작품은 무척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올드보이 보고 한류사랑에 빠졌어요"
그는 "언제나 연말에 프랑스에서 보내는데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이 새해 전야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다"며 "그때마다 전통 예복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매료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룹으로, 틈만 나면 이들을 항상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우아한 매력을 갖고 있으며, 창작의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올초부터 지구촌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는 그의 펜을 멈추게 만들었다.

"요즘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만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이가 우울함에 빠져있고, 저 역시 그렇거든요.

글을 쓸 마음이 들지 않아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더 안타깝죠. 그렇지만 프랑스 격언에는 '세라비(C'est la vie·이런 게 인생이라는 의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힘든 순간이지만 살다보면 이럴 때도 있는 거죠."
이내 "좋은 점도 생겼다"고 강조한다.

일상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전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대신, 시골에서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 근처 숲을 산책하고 명상을 즐긴다고 했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고 홀로 사색하다 보면 결국에는 무념무상의 상태에 이르게 되더라"고 했다.

"여러분 모두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 가기를. 제가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꼭 만나길 바랍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