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 탈피한 새로운 무대 연출"…세 배우 모두 "행복하고 감사" 7∼29일 서울 예술의전당…수녀원 영아 살해사건 둘러싼 심리극
7일 막을 올리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수녀원에서 벌어진 영아 살해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자신의 아기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수녀 아그네스, 그의 처벌을 막으려 애쓰는 수녀원 미리엄 원장 수녀, 범행의 진실과 아그네스의 정신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온 정신과 의사 닥터 리빙스턴. 세 명의 인물은 수녀원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놓고 120분 가까이 진실을 찾기 위한 심리극을 펼친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명은 때론 격한 갈등을 보이기도, 때론 서로를 위로하며 누군가 어머니이자 딸, 아내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드러낸다.
1979년 미국 작가 존 필미어가 쓴 '신의 아그네스'는 브로드웨이를 넘어 1983년 국내에 초연됐고, 출연한 여배우들의 열연으로 무대에 오를 때마다 화제가 됐다.
윤석화·고(故) 윤소정(1983년), 신애라(1992년), 김혜수(1998년), 전미도(2008년) 등은 '신의 아그네스'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0년 다시 돌아온 '신의 아그네스'는 배우 박해미와 이수미, 이지혜가 단일 캐스팅으로 호흡을 맞춘다.
뮤지컬과 방송을 넘어 정통 연극무대로 발걸음을 옮긴 박해미는 닥터 리빙스턴으로, 명품 연기가 돋보이는 이수미는 원장 수녀로 분연한다.
올해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은 이지혜는 아그네스 계보를 이어 순수하지만, 순간 광기 어린 수녀로 돌변하는 역할을 맡았다.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막 시연에서 세 배우는 몰입감 있는 연기를 선사했다.
2시간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 무대는 복잡한 감정선, 긴장감이 이어졌다.
세 배우의 연기에도 쉼이 없었다.
많은 대사와 격한 감정 표현이 많았던 탓인지 시연 뒤 열린 기자들과 질의 응답시간에 이들은 지쳐 보였다.
이번 무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어렵게 마련됐다.
올해 무대는 개막보다는 연기와 취소가 반복되며 연극인과 팬들의 마음을 위축되게 했던 게 사실이다.
배우와 제작진 모두 '우리가 정말 작품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말을 되뇔 정도로 무대는 너무도 소중했다.
세 명의 배우들도 간만의 무대에 선 각별했던 느낌을 저마다 털어놨다.
"무엇보다도 공연이 될 수 있는 거 자체가, 기적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늘 무대 공연하는 것만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이수미) "공연을 못 할 거라고 마음을 접었는데, 오늘 이 자리 너무 행복해요.
"(박해미) "저도 (올해) 공연이 많이 취소됐는데요.
이렇게 공연이 올라간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이지혜) 22년 만에 다시 '신의 아그네스' 연출을 맡았다는 윤우영 연출은 이번 무대에서 과거 동명의 작품들이 유지해온 '전형'을 탈피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지난 작품 준비기간을 돌아봤다.
"닥터는 좀 더 이상적이고, 원장 수녀도 권위적이기보다는 시골의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아그네스도 속된 말로 '맛이 갔다'기 보다는 조금 더 천진난만한 인물로 생각을 했어요.
세 인물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쌍둥이 같은 부분이 있지요.
예술의 전당같이 큰 무대에서는 조명과 배우 연기를 어떻게 조합하느냐도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의 불씨를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가 맞았다.4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며 스위스 초콜릿 제조업체 '린트 운트 슈프륑글리'(린트·사진)가 그동안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제품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절반씩 생산해왔는데 관세전쟁 여파로 조만간 전량을 유럽에서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부터 캐나다에서 수입한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맞대응에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한다고 발표했다.현재 린트는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미국 판매용 제품은 물론 캐나다 수출용 제품도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린트 대변인은 폭스뉴스 디지털과 인터뷰에서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유럽 생산시설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와 같은 국가에 공급할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아달베르트 레흐너 린트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캐나다에 공급하는 물량의 전량을 유럽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송 비용이 늘어나겠지만 관세로 인한 비용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마틴 허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이터 통신에 설명했다.또 유럽에서 생산된 초콜릿 제품이 미국산보다 캐나다에서 소비자 반발에 덜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이후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어지기도 했다. 캐나다는 린트의 10대 주요 시장 중 하
어느 분야나 빼어난 실력자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가 하면,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되는 건 아니다. 예술도 마찬가지. 수많은 천재, 또는 기재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낸 사람만이 오랜 세월 회자되기 마련이다.여기 스물셋 젊은 미대생이 1971년 ‘공심(空心)’이라 이름 붙인 회화 세 점이 있다. 창문 아래 한 여인이 누워 있는 평범한 그림인데, 점차 창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여인도 연기처럼 증발해버린다. 회화의 출발점이 현실의 재현(再現)이란 점에서 이 그림은 완성에서 미완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기법이 돋보이는 이 시리즈에선 회화의 본질을 허물고,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화가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신성희(1948–2009)는 이 삼부작으로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을 받았다. 김환기가 직전 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대상을 받아 잘 알려진 공모전이다. 촉망받는 작가로 인정받았지만, 그는 이후 주류를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다. 1960~1970년대 뜨겁게 달아 올랐던 실험미술에 뛰어드는 대신 회화에 몰두했다. 그렇다고 윗세대의 단색화를 추구하거나 아랫세대의 민중미술을 호응하지도 않았다. 신성희가 바라본 건 평면의 캔버스에 입체적인 공간을 구축해내는 ‘회화 너머의 회화’였다.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의 40년 화업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완성한 과정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다. 가장 독창적인 화가 중 한
40여년에 걸친 고(故) 김인겸(1945~2018)의 조각 여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조각은 하나의 덩어리'라는 통념을 깨고 여러 부품을 조립해 만든 초기작이 첫 단추다. 주변 건축 환경과 어우러진 대형 설치작업 '프로젝트' 연작이 뒤를 이었다.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개관했을 때 선보인 '프로젝트21-내추럴 넷'은 규모와 구성면에서 크고 복잡해졌다.이듬해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초청으로 파리 생활을 시작하면서 작가는 마지막 변곡점을 맞았다. 많은 게 단순해졌다. 종이 위에 그은 붓질이 면이 되고, 이런 면들이 모여 입체가 된다는 조각의 본질로 돌아갔다. 평면 같은 입체, 또는 입체 같은 평면…. 강철을 종이처럼 구부리고 자른 듯한 '접힌 조각' 시리즈가 태어난 배경이다.대구 봉산동 우손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조각된 종이, 접힌 조각'은 조각적 단순함을 추구한 작가의 말년 작업을 돌아본다. '스페이스리스(Space-Less)'와 '빈 공간(Emptiness)' 시리즈 20여점이 나와 있다. 김 작가의 딸인 김재도 홍익대 초빙교수가 전시 기획을 맡았고, 아들 김산 작가가 작품을 촬영했다.두 연작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듯 조응한다. '스페이스리스'는 넓적한 미술 도구인 스퀴즈로 물감과 먹을 얇게 펴 바른 종이 작업이다. 종이 위에 여러 층의 면을 겹쳐 그리며 입체감을 표현했다. '빈 공간'은 이런 이미지를 3차원 모형으로 구현한 조각이다. 강철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입체적으로 제작됐지만 오히려 평면성이 두드러진다.1996년 파리로 건너간 작가가 '접힌 조각'을 내놓자 미술계에선 의아해했다. 이전해 베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