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영화 '내가 죽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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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내게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누굴까.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상처받고 좌절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영화다.
구원이나 기적을 바라기보다는 스스로 아픔을 툭툭 털고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극 중 이혼소송과 팔 마비로 휴직했던 형사 현수(김혜수)는 유서 한 장 남기고 외딴섬에서 사라진 소녀(노정의)의 행적을 추적한다.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던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 순천댁(이정은)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하지만, 농약을 마시고 목소리를 잃어 말을 하지 못한다.
영화는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는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내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서정 드라마에 가깝다.
한순간 무너진 삶에 좌절한 이들이 죽지 않고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되는 서사를 그린다.
현수는 진실에 다가가면서 자신의 내면에 변화를 느낀다.
소녀와 가까웠던 인물을 추궁하며 "죽으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고 그랬던 거야"라고 외치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인물은 순천댁이다.
그가 소녀에게 메모로 전달한 '니가 너를 구해야지'라는 메시지는 삶에 지쳐있는 관객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그 위로는 현수에게까지 닿아 인물들 간의 연대감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내가 죽던 날'은 여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여성 인물이 중심이 된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연 배우뿐 아니라 현수의 직장 상사나 친구 등 조연 배우도 대부분 여성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완 감독은 "일부러 여성 서사를 해야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서로의 어려움을 들여다보는 캐릭터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여성들이 주축이 된 영화는 복잡한 감정을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차분히 위로한다.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 연기도 이런 감정선을 뒷받침한다.
다만 감정선이 극의 중심이 된 탓인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짜임새는 탄탄하지 않다.
사건의 실체만 놓고 보면 명쾌하지만, 소녀의 새엄마나 소녀의 보호관찰 담당 형사 등 의심할 만한 정황을 잔뜩 던져놓고 속 시원하게 매듭짓지 않는다.
인물이나 이들이 처한 상황은 한두 마디 대사로 추정할 수 있을 뿐 다소 불친절한 설명에 극의 몰입도가 떨어진다.
오는 12일 개봉.
/연합뉴스
있다면 누굴까.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상처받고 좌절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영화다.
구원이나 기적을 바라기보다는 스스로 아픔을 툭툭 털고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던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 순천댁(이정은)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하지만, 농약을 마시고 목소리를 잃어 말을 하지 못한다.
영화는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는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내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서정 드라마에 가깝다.
한순간 무너진 삶에 좌절한 이들이 죽지 않고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되는 서사를 그린다.

소녀와 가까웠던 인물을 추궁하며 "죽으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고 그랬던 거야"라고 외치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인물은 순천댁이다.
그가 소녀에게 메모로 전달한 '니가 너를 구해야지'라는 메시지는 삶에 지쳐있는 관객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그 위로는 현수에게까지 닿아 인물들 간의 연대감을 만들어낸다.

주연 배우뿐 아니라 현수의 직장 상사나 친구 등 조연 배우도 대부분 여성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완 감독은 "일부러 여성 서사를 해야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서로의 어려움을 들여다보는 캐릭터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여성들이 주축이 된 영화는 복잡한 감정을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차분히 위로한다.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 연기도 이런 감정선을 뒷받침한다.

사건의 실체만 놓고 보면 명쾌하지만, 소녀의 새엄마나 소녀의 보호관찰 담당 형사 등 의심할 만한 정황을 잔뜩 던져놓고 속 시원하게 매듭짓지 않는다.
인물이나 이들이 처한 상황은 한두 마디 대사로 추정할 수 있을 뿐 다소 불친절한 설명에 극의 몰입도가 떨어진다.
오는 12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