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최전방 경계감시 허점…철책 광망센서 미작동
군 당국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으로 북한 주민이 넘어와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경계감시에 또 한 번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방의 모든 GOP(일반전초) 철책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가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있었던 곳이어서 당시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도 의문이다.

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은 전날 오후 7시25분경 GOP(일반전초) 인근 철책을 타고 넘었다.

이 장면은 인근 GP(비무장지대 감시초소)에 설치된 열영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다.

해당 초소에서는 계속해서 이 남성을 TOD로 추적했으나 갑자기 사라졌다.

신속출동조가 출동을 준비했으나 이 남성은 TOD에서 자취를 감췄다.

군은 철책 인근 사각지역인 가파른 경사지로 사라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북한 남성이 넘은 철책에는 광망 센서와 CC(폐쇄회로)TV로 구성된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철책에 사람이나 동물이 접촉하면 센서가 울리고 GOP 부대 감시통제소로 즉각 전달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센서가 울리지 않았다.

군은 장비 고장 여부 등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최전방 모든 GOP에는 이러한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광망 센서는 기온 차이 또는 동물 접촉 등의 원인으로 자주 고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력 감축으로 최전방 경계부대 인력이 줄면서 대체 전력으로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를 설치했다.

만약 광망 센서가 제때 울렸다면 철책을 넘기 전 초동조치 병력이 출동해 신병을 확보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 성능을 '맹신'하던 군이 또 한 번 당한 꼴이다.

아울러 지난 2일 오후 10시 14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선상에서 미상의 인원 1명이 TOD에 포착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귀순자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의 월책을 저지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미상 인원 1명을 2회 포착한 이후 비무장지대 수색 작전을 펼쳤고, 비상주 GP에 병력을 투입하는 등 상황을 관리했다"고 해명했다.

군은 당시 MDL 인근에서 포착된 미상 인원을 귀순 의사를 표명한 남성과 동일한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일로 최전방 감시장비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지난 3일 오후 철책을 넘은 장면이 처음 TOD에 포착된 후 이 남성의 모습은 더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은 정보감시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고 모든 감시장비를 가동했지만, 포착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동부지역 GOP 일대 지형은 능선이 많고, 능선 쪽에 철책이 설치된 곳이 많다"면서 "감시 장비로 전방의 모든 지역을 관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감시 사각지대가 있고, (북한 남성이) 관측이 제한된 경사지로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8년 전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군은 철책 인근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자 감시장비 조정 및 추가 설치를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해당 부대 GOP 철책 주변의 사각지대 감시에는 여전히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군의 대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아직 완전한 겨울도 아니고 녹음이 우거져있는 상태이고 지형적 영향으로 감시 사각 지점이 다소 있어 관측이 불가능했다"면서 "(북한 남성이)주간에 이동할 수도 있고 노출될 수도 있어서 어디 산 쪽에 은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전은 GOP 선상에서 (북한 남성이) 발견되어 GOP 종심 차단작전으로 종결된 상황"이라며 "GOP 철책으로부터 남쪽의 민간인통제선 내를 GOP 종심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를 격상한 시점도 논란이다.

군은 2일 심야에 MDL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놓고도 다음날 진돗개를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 단계인 '하나'로 격상했다.

격상되기 전 이 남성은 철책을 넘어 숲속에 은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군이 진돗개를 격상하고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펼쳤지만, 이 남성은 GOP 철책으로부터 1.5㎞ 남쪽까지 이동해 있었다.

이 남성은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 30분 만에 기동수색팀에 의해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이 남성이 먼저 '자수'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했지만, 군은 기동수색팀이 먼저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