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치가이자 선각자로 촉망받았던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 그는 만민공동회 연사와 '제국신문' 주필을 지내고, 제네바 국제연맹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독립을 호소하는 등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독립운동가이자 임시정부의 주요 인물이었던 심산 김창숙은 그를 '독부(獨夫)'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독부란 '민심을 잃어서 남의 도움을 받을 곳이 없게 된 외로운 남자'를 뜻한다.

단재 신채호도 이승만을 이완용과 송병준보다 더 큰 역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승만은 아직 나라를 찾기도 전에 팔아먹었기 때문이란다.

독립운동사와 친일반민족사 연구가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저서 '이승만 평전: 권력의 화신, 두 얼굴의 기회주의자'에서 "이승만의 수많은 과오, 반민족·비민주적 행적은 그의 업적을 덮고도 남는다"고 비판한다.

독립운동단체를 분열시키고,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에서 두 차례나 쫓겨나는 불명예를 얻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발췌 개헌과 사사오입 개헌 등으로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영구집권을 획책하며 3·15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과 학생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독재자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주장한다.

그뿐 아니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이 남침하자 혼자 도망친 뒤 한강 다리를 폭파해 서울시민을 인민군 치하에 남겨뒀고, 원조물자는 소수의 권력자와 기업인들에게만 넘겨줘 국가 경제와 국민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게 했다고 덧붙인다.

1875년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 4·19 혁명을 계기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하와이로 출국해 5년 뒤인 1965년 7월 90세를 일기로 그곳 요양원에서 숨졌으며, 유해는 현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이번 책은 2012년 발간된 '독부 이승만 평전: 권력의 화신, 두 얼굴의 기회주의자'의 개정판으로, 그가 건국의 아버지·독립운동가로 추앙받지 못하고 독재자, 권력을 좇는 두 얼굴의 기회주의자라고 비판받는 이유를 일생의 발자취를 통해 밝힌다.

두레. 440쪽.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