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묵나?" 구순의 노모가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옮겨 다니는 동안 병상을 지킨 환갑이 넘은 아들에게 건넨 말들이다.
고전학자인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1년여간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면 들었던 어머니의 말들과 그에 대한 생각을 신간 '엄마의 마지막 말들'(창비)에 모아냈다.
책은 병상에 누운 노모가 발화한 짧은 말에 저자의 해석과 생각을 덧붙이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지혜를 모은 잠언도 아니고, 일생을 회고하며 정리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밥은 묵었나?", "니가 내 때문에 많이 에비따" "저기 꽃이네" 등과 같은 말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병원에 계실 때 엄마가 하신 마지막 말들은 거개가 예전에 언젠가 하셨거나 혹은 예전에 늘 하셨던 말이 아닌가 한다.
호스피스 병실의 삶은 결코 예전과 단절된 삶이 아니라 예전과 연속되어 있는 삶으로서 엄마 삶의 소중한 일부였던 것"이라고 회고한다.
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평생 늘 해오신 말들을 했고 늘 해오신 걱정들을 했으며 늘상 눈을 주곤 하던 대상들에 눈을 주셨다.
엄마 평생의 사랑의 방식은 죽어가는 과정에도 관철되었다.
나는 이 점을 감동적으로 지켜봤다"고 술회한다.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이 기록이 개인적인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의 방식, 주체성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도록 했다.
보호자로서만이 아닌 "엄마의 빈 주체성을 메워주는 보조자"의 눈으로 1년 남짓 병상을 관찰했다.
가정형 호스피스를 시작하기까지의 숙고, 호스피스 병원을 선택하는 동안 고려했던 점과 각 병원에서의 생활, 그곳에서 만난 의료진들과의 일화들이 자세히 소개된다.
저자의 어머니는 병원과 의료진의 대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곤 했다.
진심으로 환자를 대해주는 병원에서는 '스마일 할머니'로 불렸지만, '치매에 약이 없는 것 아시지 않느냐'며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향정신성 약물을 투여했던 병원에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겨우 생명만 유지하는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저자는 호스피스 의료의 목표가 '환자를 24시간 내내 잠들게 해 의식도 없는 조용한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면 향정신성 약물을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 온당하겠지만, 그래서 환자가 고함을 치는 일도 없고 병실이 조용하고 평온해진다면 그것은 환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환자의 가족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의료진을 위한 것인지를 묻는다.
아울러 저자는 엄마의 마지막 말들을 기록하겠다는 목적에서 글을 시작했다가 자신의 삶과 죽음의 방식으로 고민하게 된다.
"엄마가 평생 살아온 삶의 방식 그 중심에 엄마의 사랑의 방식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것이 죽음의 방식으로까지 이어졌지만, 나의 평생 삶의 방식은 엄마의 그것과는 다르기에 죽음의 방식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며 "바야흐로 초로에 접어든 만큼 이제부터 내가 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골똘히 생각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라고 저자는 에필로그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