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치르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재보궐 원인 제공 시 무공천' 당헌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논점 흐리기에 나섰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의 의무는 후보를 내는 것이라고 본다"며 "(2015년에) 당헌당규를 만들 때도 오류의 가능성에 대해 최대한 토론하고 만들었어야 된다는 반성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여부는 당원의 총의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당 지도부가 정무적으로 결단하는 영역으로 남겨둬야 하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막았다"며 "또 당헌이 유권자의 투표권을 막은 과잉금지 조치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고쳐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당헌이 만들어진 지 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당에 불리해질 것 같으니까 이제와서야 잘못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재보궐 원인 제공 시 무공천' 당헌은 2015년 당시 당 대표이던 문 대통령이 연이은 선거 패배로 인한 당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정치 문화 개선을 위해 내놓았던 방안이었다. 실제 이 같은 당 혁신안과 타 정당과의 차별화 전략 등으로 인해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21대 총선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연이어 성 관련 사건에 연루되면서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자 과거 당에서 내놓았던 대표적인 혁신안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말 바꾸기에 나선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때 국민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정당을 누가 믿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이번 당헌 개정은 과장 광고 혹은 거짓 광고로 신고해야 되는 문제"라며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비위 문제로 재보궐 선거를 치를 때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광고를 해서 국민들은 철석같이 믿고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는데, 정작 문제가 발생하니까 그때 잘못 광고를 만들었다고 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후보 공천에 대해 사과하며 내놓은 대응 방안인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설립도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당장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나 재발방지책도 하지 않고 기구 설립 방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보궐선거 공천을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후보 공천 과정에서 성 관련 사건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는 부실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권 운동가로서의 박 전 시장의 삶을 감안하면 누가 성폭력 사건에 연루될지 알았겠냐"며 "후보 검증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정당 차원에서 책임질 수 있는 대책을 내놓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의 이번 당헌 개정은 시대를 역행하는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