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슬픔은 - 유병록 (1982~)
양말에 난 구멍 같다

들키고 싶지 않다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창비) 中

어느 날 상갓집에 갔다가 구멍 난 양말을 감추기 위해 요리조리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구멍 난 양말처럼 들키고 싶지 않은 슬픔 또한 그렇지요. 아무 데서나 불쑥 올라오는 슬픈 감정은 우리를 때때로 난처하게 만듭니다. 슬픈 사람 앞에서 혼자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쁜 생각은 또 어떤가요. 우리가 잠시나마 같은 감정으로 이어져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진심으로 기쁨이나 위로가 될 수 있다면요.

주민현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