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동단위 특별방역구역 주홍글씨 털어버리자"…나눔·위로 확산
코로나보다 강한 만덕 주민들…임대료 인하에 무료 커피까지
나눔과 위로의 확산은 한 달간 주민을 괴롭혔던 코로나19보다 강했다.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하자 전국 최초 동 단위 특별방역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29일 해제된 부산 북구 만덕동에 나눔과 위로가 쏟아지고 있다.

만덕동은 최근 요양병원과 다중이용시설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가장 불안했던 사람들은 만덕동 주민이었다.

밖을 나가기 무서웠다.

병원, 목욕탕, 식당, 버스정류장 등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다른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하향 소식에 다시 기지개를 펼쳤지만 같은 기간 만덕동에서는 한 요양병원에서 84명의 환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나왔다.

만덕동 거리는 더 썰렁해졌고 식당들은 문을 닫았다.

부모들은 자녀들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했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보다 무서웠던 것은 주홍글씨였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부산 한 식당에서 만덕동 주민이 출입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사진이 확산하고 언론보도까지 나오며 코로나19 공포와 싸우고 있는 주민들을 두번 울렸다.

특별한 방역 대책도 없이 왜 동 단위 특별방역구역을 지정해 주홍글씨를 부추겼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코로나보다 강한 만덕 주민들…임대료 인하에 무료 커피까지
하지만 어김없이 위기의 순간 빛난 건 시민 의식이었다.

북구 13개 동 새마을 방역대원은 만덕동으로 집결했다.

동네 곳곳을 소독하며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 주민을 안심시켰다.

만덕동 주민을 받지 않겠다는 음식점에 맞서 만덕동 주민에게 무료 커피를 나눠주는 커피숍도 생겼다.

카페 쉼터는 만덕동 주민들에게 26일부터 나흘간 커피를 무료로 나눠줬다.

카페 주인 형재우(55) 씨는 "만덕에 코로나가 확산한 뒤 매출이 30분의 1로 줄었지만 만덕동 주민들도 똑같이 힘들겠다는 생각에 커피 무료 나눔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에는 주민 자치위원회가 '멋진 사람들 만덕동, 사랑합니다' 현수막을 내걸었다.

주민들이 주축이 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5% 이상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도 시작됐다.

만덕 3동 박명길 씨가 첫 번째 주자로 시작해 또 다른 착한 임대인을 찾아 나섰다.

관청도 힘을 보태 만덕동 소재 음식점 이용 시 만덕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마스크를 지급하는 사업을 시작했으며 구청장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만덕동에서 식사하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