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즉시항고 제도 `허점' 공략 차단…"첫 법리 마련"
대법 "항소심 보석취소 불복했다고 무조건 석방 부당"
대법원이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횡령 혐의를 인정해 중형을 선고하면서 항소심 보석취소에 불복해 제기한 재항고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이 항소심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재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실형이 확정돼 대법원이 굳이 기각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도 재수감될 처지였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항소심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한 것만으로 석방되는 사례를 제어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즉시항고가 집행정지 효력이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으면서 보석이 취소됐고 1년 만에 재구속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 대법원에 재항고했고 재구속 엿새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돼 풀려났다.

`즉시항고가 제기됐을 때는 해당 재판의 집행이 정지된다'는 형사소송법 제410조의 법리를 공략한 것이다.

대법 "항소심 보석취소 불복했다고 무조건 석방 부당"
항고는 법원 판결이 아닌 결정·명령에 불복하는 것으로, 일정한 기간 내에서만 제기할 수 있는 즉시항고와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제기할 수 있는 보통항고로 나뉜다.

통상 1심 법원 결정에 불복해 고등법원 재판부에 하는 항고는 불복 기간의 제한 여부에 따라 보통항고와 즉시항고 모두 가능하다.

반면 고등법원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하는 재항고는 기간 제한이 있어 즉시항고의 성격을 갖는다.

즉시항고는 기간이 제한된 만큼 안정적으로 불복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런 점에 주목해 항소심의 보석취소 결정에 재항고하면서 구속 집행정지를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효력에 대한 견해가 대립하고 있어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모든 즉시항고에 집행정지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 "항소심 보석취소 불복했다고 무조건 석방 부당"
재판부는 1심 결정에 대한 불복과 달리 고등법원 결정에 관한 불복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행정지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이라고 해도 2심과 달리 1심 결정에 불복하면 보통항고라는 이유로 석방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도 이 전 대통령의 사례를 좇아 고등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항고에 집행정지 효력까지 있지 않다"며 이를 기각한 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고등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재항고와 관련한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시"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