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29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경선에서 유명희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막판 판세의 윤곽이 드러난 것에 대해 공식 코멘트를 피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사카이 마나부(坂井学) 일본 관방부(副)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회원국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선출 절차가 아직 계속되는 중이고, 내달 9일의 일반이사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면서 답변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日, WTO 총장 선거 '유명희 불리 판세'에 "노 코멘트"
일본 정부는 애초부터 유 후보가 WTO 사무총장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작년 7월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과정을 유 후보가 이끌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유 후보가 당선할 경우 한일 간의 WTO 분쟁 해결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교도통신은 지난 25일 일본 정부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외교상 이유로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즉답을 피하긴 했지만 부연 설명을 통해 사실상 보도 내용을 인정했다.

'주요국 간 이해를 조정하고 다자간 무역체제의 유지·강화에 공헌할 능력을 갖춘 후보가 당선하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거듭 밝힌 것이다.

이번 WTO 사무총장 경선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되풀이해 온 이 입장은 유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9일 옛 식민지인 아프리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보고 일본 정부도 그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