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담배 산업이 위축되면서 2004년 공장이 폐쇄됐고, 일대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10년가량 방치돼 흉물로 전락했던 연초제조창은 복합문화시설로 리모델링이 추진됐고, 2018년 12월 국내 첫 수장형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관이 이곳에 들어섰다.
오는 29일부터 내년 11월까지 청주관에서 개최되는 국립현대미술관 MMCA 청주프로젝트 2020 '권민호: 회색 숨'은 연초제조창 75년 역사에 담긴 한국 근현대사 풍경을 보여준다.
MMCA 청주프로젝트는 청주관의 넓은 야외공간을 활용하는 설치 프로젝트로 국내 신·중진 작가를 지원하고자 기획됐다.
권민호(41)는 건축 도면에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리고 디지털 사진을 콜라주해 한국 근현대사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산업화 시기에 관심을 두고 공장, 기계, 거리 간판 등의 시대 상징물을 중첩해 치밀하게 그려낸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이는 신작 '회색 숨'은 옛 연초제조창이었던 청주관의 건축 도면 안에 제조창의 역사를 펼쳐 1960~70년대 한국 산업화 시대를 이야기한다.
회색 숨은 제조창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담배 연기, 노동자들의 숨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 작품이 제작됐다.
실크스크린과 영상을 결합한 평면 작품이 로비에 전시된다.
미술관 건물 외벽에는 작품 일부를 인쇄해 옥외 간판 형식으로 설치해 현장감을 더했다.
세 번째로는 평면 작품을 3D 증강현실(AR) 콘텐츠로 구성했다.
관람객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모바일 화면을 미술관 외벽에 비추면 평면 작품에 등장하는 공장 기계, 운송 수단, 청주 시내 간판 등이 시대별로 등장해 산업화 과정을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의 장소적 특성을 반영한 MMCA 청주프로젝트가 앞으로 청주관을 대표하는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신작 프로젝트 개최를 통해 작가들에게 새로운 실험을 펼칠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