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질 관리법'이 뭐길래…버스사업자 범법자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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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내몰린 운송사업자들, 왜?
차량내 공기질 측정·보고 의무화
99개社 중 철도사 4곳만 신고
나머지 시외·고속버스는 손 놓아
"코로나로 월급 주기도 힘든데…
측정 대행사에 2500만원 주느니
차라리 과태료 200만원 내겠다"
차량내 공기질 측정·보고 의무화
99개社 중 철도사 4곳만 신고
나머지 시외·고속버스는 손 놓아
"코로나로 월급 주기도 힘든데…
측정 대행사에 2500만원 주느니
차라리 과태료 200만원 내겠다"
지난 4월 시행에 들어간 개정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이 범법 운송사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올해 초 환경부는 운송사업자들이 보유 차량의 20%에 해당하는 차량(최대 50대)의 차내 공기질을 1년에 한 번 이상씩 측정해 보고하도록 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시외·고속버스, 고속철도 등 실내공기를 청결하게 관리한다는 명목에서다. 하지만 측정 인력이나 장비 등 제반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시행에 들어가면서 올해를 2개월만 남겨둔 지난 25일까지 전체 99개 대상 사업자 가운데 공기질을 측정해 한국환경공단에 보고한 업체는 단 네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업체 대부분은 여전히 공기질을 측정할 전문인력이나 기계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95개 업체가 아직 공기질을 보고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환경부는 공기질 측정을 요구하며 전문 대행업체에 맡기거나, 운송사업자가 기계를 구매한 뒤 자체적으로 측정해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두 방식 모두 현장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차내 공기질 측정은 차량이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5분 간격으로 기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기록·통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당연히 비용도 비싸다. 전문 대행업체를 통해 측정을 의뢰할 경우 차량당 2시간 측정에 40만~50만원의 비용이 든다. 대부분 업체가 측정해야 하는 기준인 50대로 보면 업체당 2500만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대형 고속버스 회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이 줄어들며 기사 월급도 주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 운수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 대행업체에 맡기라는 건 말도 안 되는 방침으로 선택지로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운송사업자들은 자체적으로 기계를 구매해 측정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기술과 기계가 요구되기 때문에 아직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과태료를 내고 말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실내공기질 측정 위반에 대한 1차 과태료가 200만원이기 때문이다. “전문 대행업체를 쓰고 2500만원가량의 비용을 들이느니 과태료 200만원을 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털어놨다.
부실한 부분은 또 있다. 시행규칙은 실내공기질을 언제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 시외버스는 중앙좌석 중심·옆자리, 뒷자리 빈좌석 등에서 측정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정작 1년 중 언제 측정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은 없다. 미세먼지나 황사 등으로 계절에 따라 공기질이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한 기준은 정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중교통 실내공기질 측정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데도 환경부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시행규칙만 만들어 놓고 현장에서는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이 환경부에 ‘시행 이후부터 지금까지 불시 오염도 검사를 하거나 환경 점검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환경부는 “대중교통 차량에 대한 오염도 검사 결과를 취합 중”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놨다.
김 의원은 “이번 환경부의 조악한 시행규칙은 ‘공기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만들어진 탁상공론의 전형”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 운송사업자들을 범법자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측정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등을 사업자분들과 논의할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 “시행 추이를 살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개정하겠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95개 업체, 범법자 되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 등을 통해 운송업체들의 공기질 측정 현황을 파악한 결과, 99개 업체 중 4월 시행 이후 공기질을 측정해 보고한 곳은 대전도시철도공사, 광주철도공사, (주)SR, 우이신설경전철운영 등 네 곳뿐이었다. 나머지 95개 업체는 대부분 고속·시외버스 업체로 현재는 손을 놓고 있다.이들 95개 업체가 아직 공기질을 보고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환경부는 공기질 측정을 요구하며 전문 대행업체에 맡기거나, 운송사업자가 기계를 구매한 뒤 자체적으로 측정해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두 방식 모두 현장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차내 공기질 측정은 차량이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5분 간격으로 기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기록·통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당연히 비용도 비싸다. 전문 대행업체를 통해 측정을 의뢰할 경우 차량당 2시간 측정에 40만~50만원의 비용이 든다. 대부분 업체가 측정해야 하는 기준인 50대로 보면 업체당 2500만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대형 고속버스 회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이 줄어들며 기사 월급도 주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 운수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 대행업체에 맡기라는 건 말도 안 되는 방침으로 선택지로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운송사업자들은 자체적으로 기계를 구매해 측정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기술과 기계가 요구되기 때문에 아직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과태료를 내고 말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실내공기질 측정 위반에 대한 1차 과태료가 200만원이기 때문이다. “전문 대행업체를 쓰고 2500만원가량의 비용을 들이느니 과태료 200만원을 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털어놨다.
가짜 수치 보고해도 검증도 못 해
더 심각한 점은 공기질 측정값을 환경관리공단에 허위로 보고해도 공단이 제대로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한국환경공단이 관리하는 홈페이지에 직접 측정값을 입력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 제대로 갖춰진 검증 절차는 없었다. 김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에 ‘가짜로 측정값을 입력해 올리면 어떻게 검증할 수 있나’라고 묻자 공단도 “현재로서는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인정했다.부실한 부분은 또 있다. 시행규칙은 실내공기질을 언제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 시외버스는 중앙좌석 중심·옆자리, 뒷자리 빈좌석 등에서 측정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정작 1년 중 언제 측정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은 없다. 미세먼지나 황사 등으로 계절에 따라 공기질이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한 기준은 정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중교통 실내공기질 측정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데도 환경부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시행규칙만 만들어 놓고 현장에서는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이 환경부에 ‘시행 이후부터 지금까지 불시 오염도 검사를 하거나 환경 점검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환경부는 “대중교통 차량에 대한 오염도 검사 결과를 취합 중”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놨다.
김 의원은 “이번 환경부의 조악한 시행규칙은 ‘공기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만들어진 탁상공론의 전형”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 운송사업자들을 범법자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측정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등을 사업자분들과 논의할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 “시행 추이를 살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개정하겠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