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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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선별·추적해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지금같은 방역 시스템으로는 코로나19 장기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망위험이 높은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고 생업에 피해를 입는 사람을 고려해 거리두기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 교수는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청이 연 '코로나19 대응 중간평가 및 장기화 대비 공개토론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제로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 정책은 확진자 수가 아니라 연령별 사망률 등 인명피해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대응 수준을 결정하는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이다.

올해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코로나19 유행상황은 9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에 따라 거리두기 대응을 높이는 단계적 대응을 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응이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져 참여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중순 이후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자 방역당국은 사실상 일상을 멈춰달라고 권고하는 2.5단계 대응을 도입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2.5단계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전에 시행한 2단계만으로도 이미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거리두기는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방역대응이다.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아이들 학력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 노인들이 병원 방문을 꺼려 지병이 악화될 위험도 크다. 코로나19에 집중하느라 다른 인명피해가 방치되는 셈이다. 권 교수는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자영업자 도산, 젊은층 실업으로 연결된다"며 "경제·사회적 요인이 악화되면 장기적으로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거리두기로 인해 확진자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눈에 바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피해는 바로 드러나지 않는데다 오래 지속된다. 정부가 쉽게 정책을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권 교수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획일적 정책은 버리고 고위험 시설, 중환자 등을 타겟으로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숫자에 따라 방역대응 수준을 높이는 것보다는 수용 가능한 중증환자 범위를 정하고 이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거리두기도 완화해야 한다. 독일 정부는 인구 10만명 당 50명 이상 환자가 나왔을 때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한다. 국내에 대입하면 확진자가 전국에 2500명에 이를 때다.

그는 "돌봄비용, 학력격차, 인적자본 손실 등 비용을 고려해 학교는 더 오래 열어야 한다"며 "공공시설부터 닫는 것도 감염에만 초점을 맞춘 근시안적 대응"이라고 했다.

중환자 치료 자원 확보, 코로나19 임상 데이터 공유 등도 필요하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조실장은 "바이러스 전파 기간이 증상 발현 3일 전부터 발현 후 5일까지고 입원까지 4일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격리조치로 전파를 막을 수 있는 기간은 하루 뿐"이라며 "하루 효과를 위해 음압격리병상을 확충해야 하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며 "신속항원검사 민감도가 낮다는 게 문제였지만 감염력을 기준으로 보면 민감도는 100%에 육박한다"고 했다.

정부도 지속 가능한 코로나19 대응전략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환자가 어느 정도 발생하더라도 방역이나 의료시스템에서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며 "방역과 의료, 사회적 대응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