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폭 피해단체 "세계 유일 피폭국으로 서명해달라" 호소

일본 정부가 내년 1월 발효 예정인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서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자 일본 내 원폭 피해자들이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원수폭(原水爆)피해자단체협의회(이하 피단협)와 모든 나라에 핵무기금지조약 서명을 요구해온 히바쿠샤(被爆者)국제서명연락회(이하 연락회)는 전날 도쿄도(東京都)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약에 서명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 서명을 촉구했다.

日정부 핵무기금지조약 서명 거부에 원폭 피해자 분노
1945년 8월 미국은 태평양전쟁을 끝내기 위해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일본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 됐다.

연락회 대표이자, 피단협 대표위원인 다나가 데루미(88) 씨는 기자회견에서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하지 않는) 정부를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다"며 분노했다.

"정부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원폭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표출됐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앞서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핵무기금지조약에 온두라스가 50번째 국가로 서명해 이 조약이 발효 예정인 것과 관련해 지난 25일 "핵보유국이 참가할 수 없는 조약이며, 유효성에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핵무기금지조약 서명 여부에 대해 "서명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지금까지 제시했고, 그 견해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日정부 핵무기금지조약 서명 거부에 원폭 피해자 분노
핵무기금지조약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은 물론 자국 방위의 한 축을 미국의 핵무기에 의존하며 이른바 '핵우산'에 들어가 있는 일본과 한국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인 고다마 미치코(82) 피단협 사무국 차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핵무기금지조약 서명국이 발효에 필요한 50개국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에 "75년 전 나의 팔 안에서 죽고 싶다고 하던 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고다마 차장은 그러나 기쁨 뒤에 머리를 스친 것은 서명국 중에 일본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피폭국의 정부로서 비준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