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강력 압박하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수사지휘권이 위법하다고 확신한다면 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발언하면서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수사 지휘 때 30분 만에 수용하고서 전 국민이 보는 데서 부정하는 것은 언행불일치"라며 "검찰 수장 자리를 지키면서 그 말을 하는 것은 대단한 모순, 착각이며 도리가 아니다. (총장 직을) 내려놓으면서 검찰 조직을 지키겠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던 윤석열 총장 발언에 대해서는 "장관은 총장의 상급자"라고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추미애 장관은 앞서 윤석열 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들을 이날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총장과 대질 국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공직자로서 예의가 있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나눈 대화를 이 자리에서 그냥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일축했다.

그는 또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한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당시 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총장과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장관은 "다단계 금융사기의 일종으로 계좌추적만 하면 되는데 안 한 것 같다"며 "옵티머스 사건은 검찰이 매장할 뻔한 사건을 일반 시민들이 고소·고발해 살려낸 것이다. 총장이 마치 '남부지검에서 처리됐으니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답했다면 대단히 잘못"이라고 했다.

'사기범(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일방적 편지를 근거로 지휘권을 발동했다'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는 "두 차례에 걸친 장문의 제보가 있는데,법무부가 모른 척 덮어야 한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윤 총장 가족 사건 관련 의혹에는 "사실상 보고받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주장을 보도로 봤는데, 공적으로 처리해야 남들이 알 수 있는 것"이라며 "공적으로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피 대상이고, 수사 지휘는 당연하고 적법했다"라고 역설했다.

추미애 장관은 오전 국감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총장으로서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선을 넘는 발언들이 있었다. 죄송스럽고 지휘감독권자로서 민망하게 생각한다"며 "다수 검사들은 검찰총장이 조직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하거나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자괴감을 느낀다. 다수 검사들과 총장의 입장은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총장이 본인을 응원하는 화환을 대검찰청 앞 인도에 방치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제가 거기에 대해서 언급할 것은 없다"면서도 "검찰총장이 조직을 중립적으로 이끌고 가야 함에도 정치의 늪으로 끌고 들어왔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적법했고, 필요했고, 긴박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주요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보고하는 게 당연한 관례고 계좌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때도 사전 보고, 사후 보고하는 것이 당연한데 사전 보고뿐 아니라 사후 보고도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며 "반면 여당 인사 관련해서는 반부패부를 통해 보고가 이뤄졌다. 그 부분에 대해 의심스러운 점이 많아 장관으로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총장이 언급한) 중상모략이 아니다"라며 "증거를 확보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제보자 주장이 정황과 부합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총장은 "무슨 근거로 (라임 사건이) 부실수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추미애 장관에 반박하며 쓴)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총장이 대검 국감에서 "임면권자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주셨다"고 한 발언에도 그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일축했다.

추미애 장관은 "제가 (이전 민주당) 당대표로서 현재 (문재인) 대통령을 그 전에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그분 성품을 비교적 아는 편인데 절대로 정식 보고 라인을 생략한 채로 비선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할 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본인 자리보전을 위해서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건 음흉하고 교활하다"며 윤석열 총장을 비판했다.

추미애 장관은 정권 비리를 덮기 위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비리의 온상이 돼 해체하게 됐다"며 "(소속 검사나 수사관들이)여러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