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가 지난달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지 한달여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태평양 전쟁 직전인 1940년,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던 고베의 무역상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편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는 만주에 출장을 갔다가 관동군의 만행을 목격하고 이를 세상에 폭로하려 하고,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귀국 후 달라진 남편의 언행을 의심하게 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26일 영화 상영을 앞두고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래전부터 시대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이번에 그 꿈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현대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는데,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지만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역사에서는 나름의 판단과 확신을 갖고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하기보다는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사회지만, 감독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다루었을 뿐"이라며 가볍게 넘겼다.
"그렇게 엄청난 각오나 용기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크게 의식하지도 않았습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게 있으니 그에 반하지 않도록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는 "내가 은폐되어 있던 역사를 드러내는 작업을 한 것도 아니고 일본인과 세계인들에게 하나의 역사로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그리고자 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그런 시대 배경 안에서 "서스펜스나 멜로가 성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커다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 6월 NHK에서 방영했던 스페셜 드라마를 재제작한 것이다.
각본을 쓴 하마구치 류스케와 노하라 타다시는 구로사와 감독이 도쿄예술대학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이다.
구로사와 감독은 "두 사람이 쓴 대본은 대사가 엄청 많고 길어서 그대로 찍었으면 러닝타임이 세 시간 이상은 나왔을 것"이라며 "각본 작업에서 내 역할은 많은 것을 도려내고 단출하게 두 시간 이내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스파이가 아닌 스파이의 아내를 주인공으로 둔다는 건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인식은 어떠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즐겼는지 일상적인 부분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어려웠겠죠. 또 아내의 입장에서 스파이인 남편이 하는 일이 의혹이나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으니 빼어난 발상이었죠." 감독은 "남자들이 시스템과 대립할 때 패배하거나 저버리거나 거기서 벗어나는 데 반해, 여성은 그 사회 안에 머무르면서도 굽히지 않는다"며 "그렇게 그리고자 의도하기도 했고, 그게 사토코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1940년대를 영화의 시대 배경으로 선택한 어려움은 정치적 이유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감독은 "과거처럼 촬영소가 있었으면 시대극을 찍는 게 수월하게 가능했을 텐데, 촬영소가 사라진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예산과 시간으로 가능할지 의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진행하기 전부터 예상은 했지만, 촬영 장소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예산이 적어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하거나 세트를 짓는 것도 어려웠고 1940년대 분위기가 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매우 한정된 장소에서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국 관객이 알아채기는 쉽지 않지만, 영화에서 사용하는 1940년대의 일본어는 현대의 일상에서 사용하는 일본어와 말투나 어조, 표현까지 매우 다르다고 한다.
감독은 "배우들에게 처음 대본을 보여주며 대사가 이해되느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너무 잘 안다'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하게 되어 기쁘다'고 하더라"며 "배우들이 평소 오래된 영화를 공부하고 준비가 잘 돼 있어 수월했다.
대사를 공부하고 연습해야 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전쟁을 다룬 일본 영화지만 한편에서는 서스펜스와 멜로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며 "역사에 대해, 현재와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한국 관객들이 자유롭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람과 AI가 함께 창작하는 새로운 개념의 음악 프로젝트가 시작된다.가요 기획·제작사 소나무뮤직은 "'휴머닉스 뮤직(HUMANICS MUSIC)' 프로젝트로 사람과 AI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탐구한다"고 17일 밝혔다. '휴머닉스'는 '사람(Human)'과 '기술(Technics)'의 합성어로, AI가 단순히 음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돕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에는 가수 이동은, 풀잎, 류진이 참여해 AI와 음악 작업을 펼친 끝에 곡을 완성했다.작업 과정에서 AI는 작곡 모티브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고, 최종적인 곡 완성은 뮤지션 창작자의 몫이었다. 뮤지션이 곡의 감성과 가사를 기획하면, AI가 초기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생성하고, 창작자는 이를 분석해 곡의 방향을 설정하고 편곡과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프료듀서를 맡은 이동은은 "AI는 단순한 창작 도구일 뿐 음악의 깊이와 감성을 완성하는 것은 뮤지션의 작업을 통해 이루어져 감성과 메시지의 완성은 오롯이 뮤지션의 손길을 통해 다듬어졌다"고 밝혔다.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휴머닉스 뮤직'의 첫 번째 앨범 '더 비기닝 오브 컴포트(The Beginning of Comfort)'에는 정아로, 위수, 이동은, 찬울, 개똥, 유영웅 등 인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위로의 감성을 담은 총 7개의 곡이 수록된다.개성 있는 음악적 색채를 띠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곡들로 구성돼 AI와 뮤지션이 함께한 새로운 음악 창작 방식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지난 15일부터 문화 예술 펀딩 커뮤니티 텀블벅 통해 후원 방식으로 한정판 CD가 추후 제공된다. 오는 26일부
신인 그룹 키키(KiiiKiii)가 프리 데뷔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지난달 16일 키키(지유·이솔·수이·하음·키야)는 멤버들에 대한 정보와 티징 없이 데뷔 앨범 '언컷 젬(UNCUT GEM)'의 타이틀곡 '아이 두 미(I DO ME)'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하는 예상치 못한 프로모션을 펼치며 강렬한 시작을 알렸다. 선공개한 '아이 두 미' 뮤직비디오는 대자연을 담은 자유로운 콘셉트와 중독성 강한 음악, 멤버들의 개성 강한 보컬까지 어우러져 키키의 정형화 되지 않은 매력을 보여줬다.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며 12시간 만에 국내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등극, 4일 연속 인기 급상승 뮤직비디오 1위를 지켰다. 이어 QQ뮤직과 라인 뮤직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이후 키키는 '언컷 젬'의 수록곡 '데뷔 송(DEBUT SONG)' 뮤직비디오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독특한 효과와 레트로한 자막으로 많은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생일 축하 멜로디를 차용해 데뷔를 자축하는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분 좋은 충격을 선사하며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장악, 12시간 만에 또 다시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압도적인 화제성에 쐐기를 박았다.음악방송과 각종 콘텐츠에서도 키키의 활약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첫 '아이 두 미' 음악방송 무대부터 과감하게 라이브를 선보인 이들은 무대를 거듭할수록 뛰어난 라이브 실력과 독보적인 보컬을 드러냈고, 3주 동안 유니크한 콘셉트 소화력,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며 '괴물 신인' 다운 행보를 이었다. 첫 라디오 데뷔도 성공적이었다. 지난 3일 키키는 SBS 라디오 파워FM
그룹 더윈드(The Wind)가 '온리 원(Only One)'으로 청량 스펙트럼을 넓힌다.더윈드(김희수·타나톤·최한빈·박하유찬·안찬원·장현준)는 17일 두 번째 싱글 앨범 '온리 원 스토리(Only One Story)' 발매 기념 일문일답을 통해 컴백 소감과 관전 포인트를 직접 전했다.타이틀곡 '온리 원'으로 돌아오는 더윈드는 "파격 변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 부분이 많기에 더욱 빨리 활동하고픈 마음이다. 많은 분들에게 더윈드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드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아련하면서 청량한 콘셉트에 걸맞은 표현력, 성숙해진 매력과 돈독해진 팀워크를 성장한 지점으로 꼽았다.완성도 있는 음원과 무대로 커리어 상승세를 견인해온 더윈드는 이번 '온리 원' 활동으로 한층 큰 폭의 변화를 보여준다. 스타일링부터 풋풋했던 교복을 벗고 멋스러운 제복 착장으로 변신해 자신들만의 청량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포부다. 멤버들은 "멋있고 여유롭게 곡을 풀어내는 과정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가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봄바람처럼 기분 좋은 힐링을 몰고 올 더윈드의 싱글 2집 '온리 원 스토리'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 다음은 더윈드 멤버들과 일문일답 전문Q1. 5개월 만에 발매하는 새 앨범입니다. 2025년 첫 컴백 활동에 나서는 소감이 어떤가요?(김희수) 우선 5개월 만에 저희 팬분들, 위즈를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행복하고요. 항상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긴 했지만 이번 앨범이야말로 파격 변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