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미 보건당국의 정식 사용 승인을 받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2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입원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도록 정식 허가를 내줬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5월 FDA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지 5개월 만이다. 이로써 렘데시비르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승인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의약품이 됐다.

대니얼 오데이 길리어드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엄격하기로 소문난 FDA가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한 것은 정부와 제약사,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며 “전 세계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의 병세가 나아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렘데시비르는 10여 년 전 C형 간염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용으로 개발된 정맥주사 형태의 항바이러스제다. 하지만 애초 목표이던 C형 간염이나 RSV보다 에볼라바이러스에 더 적합했으며,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효과를 보이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아 왔다. 이달 초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환자의 회복 기간이 그러지 않은 환자보다 5일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더 효과를 보였다.

렘데시비르는 현재 50여 개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시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선 6월 특례수입이 승인됐고 현재까지 600여 명이 투약받았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군병원에 입원했을 때 투약받기도 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 연구 결과에선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경증 환자에게는 별다른 효험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길리어드는 앞으로 렘데시비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8월 회사 측은 연말까지 200만 명 이상 투여분을 생산하고, 내년에 수백만 회분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리어드는 이달 말까지 렘데시비르 생산량이 글로벌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