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유·무료 독감백신 중 중국산 '제로'…수입산은 佛·獨 제조
'인도서 백신으로 수백명 사망설'도 출처 모호…美안티백신 웹사이트서 시작
[팩트체크] 국내 무료독감백신 중국서 수입했다?…아니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자가 잇따르자 백신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정확한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진위가 불분명한 게시글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대표적인 백신 관련 루머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봤다.

◇ 무료접종 7개 제품 중 6개 국내산·1개 프랑스…중국산 '0'
대표적인 루머는 '무료 독감백신이 중국산'이라는 주장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국산 독감 백신 맞고 9명 사망'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이는 "백신은 중국산 C-19 백신이라는 확신이 든다"며 "정부가 이익 사업으로 진행하는 게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중공으로부터 3천만명분의 중공산 백신 수입을 결정했으며 국민 2천만명에게 강제접종을 시킨다"고 주장한 페이스북 글에는 수백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200회 가까이 공유됐다.

이 글의 원문은 지난 9월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대책 차원에서 중국의 백신 개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뒤 게재됐으나, 최근 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다시 인용·재생산 되고 있다.

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 소식을 전한 기사에도 '중국 백신을 들여와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는 게 아니냐'는 댓글이 연달아 게재됐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예방접종사업(이른바 무료 독감백신 사업)에 참여한 백신 제조·수입사는 7개사다.

이중 국내 회사인 LG화학, 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백신, 일양약품 등 6개사는 모두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제조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사노피파스퇴르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외국 회사인데, 독감 백신 전량을 프랑스에서 제조한다.

이 밖에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유료 접종 등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 백신을 제조하는 회사로는 보령제약, 동아ST,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3곳에 있다.

국내 회사인 보령제약, 동아ST는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제조하고, 영국에 본사를 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독일에서 생산한다.

즉, 무료든 유료든 국내에서 유통되는 독감 백신중 중국산은 전혀 없다.

[팩트체크] 국내 무료독감백신 중국서 수입했다?…아니다
◇'인도서 백신 접종으로 수천명 장애·수백명 사망설' 출처 불명
백신 자체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하는 게시글도 확산하고 있다.

회원 수가 약 130만명에 달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2일 "인도에서 백신 사망 사례가 수백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빌 게이츠 재단에서 아이들에게 주입한 백신 부작용으로 수천 명이 장애를 얻고, 수백명이 사망했다"며 "우리(한국)도 실험실 기니피그가 되는 게 아니냐"고 적었다.

이런 글은 단체채팅방,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독감 백신 관련 기사에도 같은 내용의 댓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심지어 인도 사례를 들어 백신 접종을 거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이들은 2017년 작성된 블로그 글을 근거로 지목하며 그 링크를 공유하고 있는데, 글에 적시된 정보의 출처가 모호하다.

해당 블로그 글은 '내추럴 뉴스(Natural News)'라는 미국 사이트에 '인도가 대형 제약회사와의 이해 충돌 때문에 게이츠 재단을 쫓아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 사이트에 2017년 2월 14일 자로 게재된 해당 글은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2009∼2010년 백신 캠페인을 벌이며 인도를 글로벌 제약사 백신의 임상 실험장으로 활용했다면서, "독립 저널리스트들에 의하면 이러한 실험은 결국 수천 명 부상, 수백명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글에는 위 문장 외에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망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며, 주장의 근거도 신원을 알 수 없는 '독립 저널리스트들'이 유일하다.

같은 논란을 다룬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의 2013년 9월 기사에 따르면 게이츠 재단의 지원으로 미국 NGO가 2009년 인도에서 HPV 백신 인식 제고 및 효율적인 접종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7명이 사망하는 등 윤리 문제가 대두되며 연구가 중단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1년 인도 정부 조사 결과 7명의 사망과 백신 간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해당 연구에 쓰인 백신은 연구 시작 수 년 전 미 식품의약청(FDA)과 인도 정부로부터 각각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즉, 내추럴뉴스의 주장과 달리, 백신 효과나 부작용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실험과는 무관한 연구였다.

아울러 내추럴 뉴스는 미국에서 백신 거부 운동을 촉구하고, 과학에 반하는 음모론을 주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도 감안해야할 대목이다.

지난 6월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페이스북이 지난 5월 내추럴 뉴스로 연결되는 모든 링크를 차단하기로 했다"며 "이 사이트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과 백신 접종 거부자들의 허브로,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 및 음모론과 관련해 가장 오래되고 풍부한 인터넷 소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한 2015년 미국 팩트체크 전문매체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지난 10년간 홍역으로 사망한 사람이 없었으나, 오히려 홍역 백신이 108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내추럴 뉴스의 주장에 대해 '거짓(false)'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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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