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산악영화제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제 영화는 프로그래머의 종합 선물세트…취향·개성 느껴달라"
아시아 대표 산악영화제로 성장, 영남알프스를 국내외 산악문화 허브로
"올해 영화제 작품들을 관통하는 부분은 '자연과 나, 우리' 입니다.

'나'의 존재를 찾아가기 위한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인간 생태계를 넘어 자연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고민해보며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
국내 유일한 국제 산악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www.umff.kr)의 이정진 프로그래머는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장벽에 굴하지 않고 작품을 고르고자 이런 초심으로 돌아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당초 4월 개최 예정이었던 영화제가 연기되면서 소개를 미룬 작품들도 있다"며 "그 작품들까지 이번에 소개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현재 영화 프로그램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영화제 작품들은 프로그래머가 골라 놓은 종합 선물세트"라며 "영화의 감동과 재미와 더불어 프로그래머의 취향과 개성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프로그래머와의 일문일답.
-- 올해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작품 수는.
▲ 43개국의 영화 128편을 선보인다.

온라인 상영관에서는 100편을, 자동차 극장에서는 20편(온라인 상영관 7편 포함)을 소개해 총 113편을 영화제 기간 중 소개한다.

추가로 올해 안에 특별상영을 준비하고 있다.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소개하는 영화들은 온라인과 자동차 극장 상영작이다.

-- 영화제가 당초 4월 개최에서 10월로 연기됐는데.
▲ 애초 4월 영화제 개최를 목표로 준비했다.

페스티벌 프로그램과 다양한 이벤트, 더 많은 영화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영화제가 연기되고, 해외 초청과 이벤트가 취소되면서 몇몇 영화는 내년 정상 개최를 기약하며 소개를 미루기도 했다.

이 작품들까지 올해 소개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현재 영화 프로그램이 최선의 선택이다.

-- 올해 영화제 작품 총평을 한다면.
▲ 올해 영화들을 관통하는 부분은 크게 '자연과 나, 우리'다.

기후변화나 코로나19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 속에서 '나'의 존재를 찾아가기 위한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인간 생태계를 넘어 자연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고민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이 영화제에 합류하게 됐다.

코로나19라는 장벽에 굴하지 않고 작품을 고르고자 이런 초심으로 돌아가 올해 프로그램 구성을 하게 됐다.

-- 영화제 프로그래밍에 대해 설명하자면.
▲ 영화를 선정하는 사람의 취향과 기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에서 각기 다른 영화들이 소개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제 작품들은 프로그래머들이 골라놓은 종합 선물세트라고 보면 된다.

과자 선물세트를 보면 초콜릿이 입혀진 것도 있고, 크림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다.

프로그래머가 고른 선물세트를 쭉 살펴보면, 영화의 감동과 재미를 넘어 프로그래머의 취향과 개성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올해 달라진 영화제 모습은.
▲ 상영 방식이다.

지난해까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대가 영화관이 되고 축제의 장이 됐지만, 올해는 자동차 극장으로 일원화됐다.

대부분 영화를 온라인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시기에 함께 즐기는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대체할 만한 내용과 형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 코로나19로 인해 준비하던 특별전은 초청이 취소되면서 연기했고, 영화 프로그램도 단순화했다.

결론적으로 영화제 기간에 새롭게 선보이는 섹션은 없다.

그 외 새로운 부분을 살펴보자면 장편 1편을 소개하던 개막작을 3편의 단편으로 소개한다.

영화제 기간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특별 상영 기간에 만날 수 있는 '코리안 웨이브' 섹션을 지켜봐 달라.
아울러 영화 관람과 함께 감독과 출연진을 만나는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상영관에서도 몇몇 작품의 경우 영화가 끝나고 감독이나 배우를 짧게나마 만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

-- 5회째를 맞은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국내외에서 얼마나 많이 알려졌나.

▲ 그동안 국제산악영화협회(IAMF)에 가입하고, 해외 산악영화제를 방문하며 영화제를 알렸다.

현재 많은 산악 영화인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영화제 중 한 곳이 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는 영화제 지원이 없더라도 꼭 참석하겠다는 산악 영화감독들도 있었고, 심사위원 위촉을 위한 네트워크도 강화돼 있었다.

국내에서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울주서밋'의 제작 지원 작품 출품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국내 영화인들 꼭 방문하고 싶은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악인들도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행사가 됐다.

5월 '움프 온 에어' 온라인 상영회를 통해 일반 관객의 전국적인 관심도 확인했다.

물론 더 노력해야겠으나 차근차근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 올해 영화제에서 기대하는 성과는.
▲ 작년까지 무료로 모든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방역과 보안 때문에 유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상영의 경우 길이나 화제성에 따라 한 편당 값을 매긴다는 기준이 애매모호했다.

그래서 패스 형식으로 관객이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 만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앞으로 온라인 상영관을 계속 운영해야 한다면 이 방식을 정착시키고 싶다.

자동차 극장을 통해서는 가족, 친구, 연인과 차 안에서 영화를 함께 관람하면서도, 다른 차의 관객들과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영화 관람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산악영화제로 성장하면서, 영남알프스(울산 인근 1천m 이상 고봉 7곳을 일컫는 말)를 국내외 산악 문화의 허브로 만들고자 한다.

또 국내 영화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해 지역 영화 문화와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자 한다.

어찌 보면 원대한 꿈일 수 있지만, 실현 못 할 꿈은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