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 학대 정황 알고도 부모 거부로 돌봄 서비스 제공 못 해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인천 화재 형제' 동생…돌봄 사각지대 비극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점심때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이 21일 서울 화상 치료 전문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달 14일 인천시 미추홀구 모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형인 A(10)군과 동생 B(8)군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지 한 달여만의 일이다.

A군 형제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사고 당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 집에서 스스로 점심을 해결하려다 변을 당했다.

이번 인천 라면 화재 사건은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방임 학대를 받는 정황을 포착해도 보호자가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구속력이 없다는 맹점 때문에 A군 형제는 우리 사회 안전망 밖에서 방치되다가 참변을 당했다.

구청·아동보호전문기관·경찰·법원·학교 등 관계 기관은 모두 이들 형제가 엄마 C(30)씨로부터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웃들은 A군 형제가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2018년 9월, 2019년 9월, 2020년 5월 등 3차례에 걸쳐 신고했다.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왜소한 형제가 저녁때면 주먹밥이나 과자·우유를 사러 분식점과 편의점을 들락거리고 밤마다 자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상황을 심상치 않게 생각한 것이다.

학교 측도 A군 형제가 취학 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닌 경험이 전혀 없어 교우관계나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을 의뢰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고 때마다 엄마 C씨와 상담을 통해 청소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급식을 해결해 주는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를 보내는 방안도 권고했다.

그러나 이혼 후 혼자 아이들을 키우던 C씨는 자활 근로 때문에 바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제안을 거절했다.

C씨는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는 A군을 폭행하는 등 형제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지만, 이후에도 형제와 함께 계속 생활할 수 있었다.

인천가정법원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피해아동보호명령 청구와 관련, 격리 조치보다는 심리 상담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8월 상담 위탁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인천 화재 형제' 동생…돌봄 사각지대 비극
전문가들은 A군 형제의 불행이 다시 재발하지 않으려면 취약계층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고, 현재의 돌봄 시스템이 실질적이면서도 강력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돌봄 서비스의 강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손질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방임 학대를 받는 아동의 돌봄 교실 이용 폭을 넓히는 한편 돌봄 지원을 거부하는 부모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부터 아동학대 신고도 공익 신고 보호 대상으로 포함하고 무고·명예훼손 고소 등에 따른 변호사 비용까지 구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까지 전국 모든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지자체 공무원이 학대 조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갑) 의원은 "학대 의심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피해 아동 보호 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경우 통상 2∼3개월이 걸리는데, 조속한 결정을 위해 결정 시한을 도입하고 아동보호 담당 판사를 지정하는 등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