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면접 위해 수도권 이동 불안…"지방근무는 지방에서 전형을"
"취업하려다 감염될라"…코로나에 두 번 우는 지방 취준생들
"모든 채용 전형이 서울에서 이뤄지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동하기 부담스러워요.

지방에서 취업 준비하는 게 어렵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최근 가뜩이나 좁은 취업 문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산 거주 취준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질 좋은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산 내 제조기업 67%가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위기에 놓여있다.

부산지역 중소기업 3곳 중 2곳 이상은 올 하반기 신규 채용을 비롯한 고용 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준생들은 그나마 일자리가 집중된 수도권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채용이 본사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치러지다 보니 부산 등 지방에 사는 취준생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접촉량이 많은 기차, 비행기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수도권까지 이동하다 보면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오전에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날 이동해 숙박하다 보면 타인과의 접촉이 자연스레 늘어난다.

관광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최모(26)씨는 "이동하다가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돼 자가격리되거나 접촉자로 분류될 경우 시험 자체를 치르지 못할 확률이 커 불안하다"고 말했다.

박모(25)씨 역시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와중에 유동 인구가 많은 공항, 기차역을 가야 하는 게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이유로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시험일 경우 애초 응시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한 기업 필기시험에 가지 않았다는 A(27)씨는 "필기시험을 통과하더라도 면접 등을 위해 최소 두세번은 서울에 가야 한다"며 "대부분 일자리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이러다 취업 자체를 못 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은 기업들이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산에서도 전형을 치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박모씨는 "부산 지점에서 일할 인력을 뽑는데도 서울까지 이동해 시험을 쳐야 한다"며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 맞게 이동 동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회사 측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