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여성 30∼75%가 다낭성난소증후군…가족력 주의하고, 체중조절 필수
설탕 많은 음식 피하고, 환경호르몬에도 주의 기울여야

#. C(31.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두 달째 생리를 하지 않자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는 직장에 들어간 20대 후반부터 생리가 불규칙해졌고, 그로 인한 감정 기복과 공복감이 심해졌다고 했다.

과중한 업무와 잦은 회식 때문이라는 생각에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지만, 생리불순은 더욱 심해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여드름과 같은 피부 트러블까지 생겼다.

의사는 C씨를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진단했다.

#. 대학 4학년인 A(23.경기 김포시)씨는 평소 생리불순을 겪어 왔다.

그때마다 시험과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그런가 했지만, 아예 몇개월째 생리를 하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얼굴에 많은 여드름이 생기고, 체중까지 심하게 불어나면서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결국 병원을 찾은 A씨는 C씨와 마찬가지로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명의에게 묻다] 난임 부르는 '다낭성난소증후군'…"생리불순이 첫 신호"
C씨와 A씨의 사례처럼 최근 들어 가임기 여성들 사이에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4년 2만7천751명에서 2016년 3만4천853명, 2018년 4만8천207명으로 4년 새 약 73% 증가했다.

환자는 2018년 기준으로 20대 47.5%, 30대 25.5%로 20∼30대 젊은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과거 단순 산부인과 질환으로 여겨지다가 인슐린 저항성 등으로 인한 남성호르몬 상승이 월경 장애의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요즘은 대사질환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보통 생리 중 초음파검사에서 난포 개수가 20개 이상으로 보이거나, 생리가 불규칙하며, 남성호르몬 증가로 인한 여드름·다모증(多毛症) 등의 증상이 있으면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 배란 장애 불임여성 30% 이상이 다낭성난소증후군…대사증후군 위험 11배↑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문제가 되는 건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으면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로 이어지는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안드로젠(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배란이 잘 안 된다.

따라서 ▲ 생리 횟수가 1년에 8회 미만 ▲ 생리 주기가 35일 이상 ▲ 두 달에 한 번 생리를 건너뛰는 등의 불규칙한 생리 주기 ▲ 3달 이상 생리가 이어지지 않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에 의한 배란 장애는 난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배란 장애가 있는 불임 여성 중 30∼75%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으면 당뇨병(인슐린 저항성 문제), 비만 같은 대사증후군 위험도 커진다.

호르몬 문제로 당(糖) 대사가 원활해지지 않은 탓이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의 30∼50%가 대사증후군을 동반하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으면 대사증후군 발생 빈도가 정상인보다 약 11배 높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남성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특정 신체 부위에 털이 많이 나는 다모증을 동반하거나, 여드름이 많아지기도 한다.

남성형 탈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궁내막암 발생률이 3배 정도 높고, 폐경 후 유방암 발생률도 3∼4배 증가한다.

최근에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우울증, 조울증 같은 정신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이런 증상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시아 여성에게는 이 같은 특징이 제한적이어서 피부 상태가 좋아지고, 털이 증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은 초음파·호르몬 검사 등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명의에게 묻다] 난임 부르는 '다낭성난소증후군'…"생리불순이 첫 신호"
◇ 난임 진단 땐 임신 성공 어려워…대안으로 '미성숙 난자 체외수정' 고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으면 배란 장애 때문에 임신이 쉽지 않다.

실제로 임신이 잘 안 돼 병원을 찾는 환자를 살펴보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가진 사례가 꽤 있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배란 유도 치료를 하는데, 약물치료 시 5∼8%에서 다태 임신이 되고, 환자의 20%는 치료에 반응이 없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시술 과정 중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일반 용량의 과배란 유도 주사라도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심한 환자가 맞으면 난소가 과자극되면서 복수가 차거나 복통,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대안으로 미성숙 난자 체외수정법을 통해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먼저 2∼9㎜ 크기 난포(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성숙 난자가 들어 있는 난포 크기는 18∼20㎜)에서 미성숙 난자를 채취하고, 이후 체외에서 배양해 난자를 성숙시킨 뒤 정자를 넣어 수정시키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과배란 유도 주사 사용을 최소화함으로써 난소 과자극 부작용이 적은 게 이점이다.

[명의에게 묻다] 난임 부르는 '다낭성난소증후군'…"생리불순이 첫 신호"
◇ '가족력' 있으면 고위험군…체중 조절하고 설탕 많은 음식 피해야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환자 증가 추세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호르몬 불균형이나 식습관 문제 등이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의 고위험군은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현재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아니더라도, 예방에 신경을 쓰는 게 좋다.

무엇보다 평소 체중조절이 중요하다.

특히 설탕이 많이 든 탄산음료나 탄수화물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

인슐린 농도가 급격히 오르내리면 정상 배란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만한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의 경우 체중만 감량해도 생리 주기와 배란이 정상화되기도 한다.

경구 피임약은 혈중 호르몬 이상을 교정하고, 여드름을 치유하는 효과도 있어 약 50∼70% 정도에서 호전 상태를 보인다.

또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든 음식을 가급적 피하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비닐·플라스틱 용기 속에 든 환경호르몬이 몸에 들어오면 정상 호르몬을 교란할 수도 있다.

[명의에게 묻다] 난임 부르는 '다낭성난소증후군'…"생리불순이 첫 신호"
◇ 이학천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를 거쳐 현재 일산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반복적착상실패, 습관성유산, 난임, 시험관아기, 자궁경, 난소기능부전 등이 주요 진료분야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의학회, 생식의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