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그는 지난 8일 자신에게 5000만원을 건냈다고 증언한 김 전 회장을 ‘질 나쁜 사기꾼’이라고 지칭하며 그의 주장을 거짓으로 몰아갔다.
강 전 수석은 19일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에 등장한 성명 불상의 A변호사와 B검사를 각각 변호사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 입장문'에서 검사, 검찰 수사관, 변호사 등 법조계와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 등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입장문에서 “전관 출신 A변호사가 지난 5월 초 찾아와 ‘남부지검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과 강기정 청와대(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검찰총장)에게 보고한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A변호사를 통해 지난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며 “올 5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도착해 보니 접대 자리에 있던 검사가 수사 책임자였다”고 주장했다. 이 입장문은 지난달 21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수석은 이날 고발장을 내면서 취재진에게 “입장문에 등장하는 검사와 변호사가 나눈 얘기가 사실이라면, 나는 피해자”라며 “검찰이 사건의 진위를 수사하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강 전 수석은 ‘라임 사태'와 관련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김 전 회장은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대표를 통해 강 전 수석에게 현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 전 대표는 라임 사건의 정관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 증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어 12일 김 전 회장을 위증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15일에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이번 사건은 금융사기 사건인데 권력형 게이트로 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질이 아주 나쁜 사기꾼 느낌이 드는데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6일 옥중 입장문이 나온 뒤 강 전 수석의 태도는 뒤바뀌었다. '사기꾼'이라 칭하던 김 전 회장 주장에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는 모양새다.
강 전 수석은 19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실은 김봉현 씨의 사기와 조선일보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봉현 씨의 자필 서신 옥중 글에 따르면 이건 검찰들의 장난”이라며 “전현직 검사들이 많이 개입된 걸로 보아 검찰 게이트다, 이렇게 생각을 해 봤다”고 밝혔다.
이날 낸 고소장에도 김 전 회장 증언을 입맛대로 취사선택해 담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전 수석은 이 고발장에 '자신에게 5000만원 줬다'는 진술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5000만원을 받지도 않았고, 김 전 회장이 5000만원을 준 사실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검찰이 여당 정치인과 강 수석을 잡아주면 보석으로 재판 받게 해준다고 말했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있는 그대로 받아드렸다.
강 전 수석은 고발장에 "B검사는 A변호사와 공모하여 김 전 회장에게 고발인(강 전 수석)에 대한 허위진술을 받아내기로 결심하고, ‘윤(석열)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데 그럴려면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을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김 전 회장의 증언만을 토대로 고발장을 낸 것이다. 고발장에 담긴 혐의 증거도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 뿐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현직 검사와 수사관 등에 관한 비리 의혹은 확인된 바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A 변호사도 한 언론과 통화에서 "검찰 단계에서 김 전 회장의 변호를 맡은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인물에 대해 진술을 하라고 조언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강 전 수석은 이 전 대표와 만남에 대해서도 재차 부인했다. 그는 "이강세씨, 김봉현 씨 또는 이강세 씨의 아는 사람, 김봉현 씨를 비롯한 그 범죄 관련된 재판 받고 있는 어떤 사람과도 7월 28일 이후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 전 수석은 또 이날 "이번 피고인들의 행위는 라임 사태에 대해 정권 차원의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꾸며 문재인 정권 내지 정부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 검찰에 대한 개혁 조치를 방해 내지 저지하기 위한 악의적인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고발장에 적시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