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실명·방법 안 밝혀…`히든카드' 가능성도
'라임 정관계 로비' 누가 주도했을까?…엇갈린 주장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실질적 전주(錢主)인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성 발언이 큰 파장을 낳으면서 추가 폭로가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A4용지 5장 분량의 '옥중 입장문'에서 검사들에게 술대접했으며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수억 원을 주면서 라임 사태 무마를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검찰을 겨냥한 금품 로비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여겨진 인물이다.

라임 사태 수사 초기 관련자 녹취록에서는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회장님'으로도 언급됐다.

김 전 회장 측에서는 이런 정치권 로비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로 한때 그의 동업자였던 이강세(58·구속)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거론하는 말들도 나온다.

'라임 정관계 로비' 누가 주도했을까?…엇갈린 주장
라임과 스타모빌리티 내부 사정에 밝은 A씨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이 '돈줄'을 쥐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정치권과의 관계 형성을 주도한 것은 이강세 대표"라고 말했다.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김 전 회장은 고위층과 연줄이 닿는 인물은 아니었다"며 "나이도 비교적 어린 편이고, 주로 지방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이라 정치권 인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스타모빌리티에 이 대표를 끌어들인 것도 인맥 형성을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기자 출신으로 광주 MBC 사장까지 지낸 이 대표가 합류하면 정치권과 통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대표는 김 전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의 소개로 옛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 정치인 김모씨와 만났고, 김씨를 통해 '원조 친노'로 꼽히는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과 접촉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정무위 소속 김모 의원 역시 이 대표를 통해 김 전 회장과 연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로비 혹은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김 전 회장과 함께 일한 사업가 B씨도 "김 전 회장은 돈으로 사람들을 부리며 '갑' 행세를 했지만, 이 대표와 관계는 달랐다"며 "김 전 대표는 정치권과 인맥이 있는 이 대표를 대하기 어려워했다.

이 대표의 요구사항도 대부분 들어줬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며 김 전 회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검찰 수사관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라임 정관계 로비' 누가 주도했을까?…엇갈린 주장
반면 이 대표는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회장에게서 로비를 위한 돈을 받은 적도 없고,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하거나 청탁한 사실도 없다"며 "지인들을 만나 대표로 있던 회사의 어려움을 설명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스타모빌리티에서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행동했다"며 "실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자금을 빼돌린 사람은 김 전 회장"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입장문에서 야당 정치인에 대한 금품 로비를 주장하면서 '누가' '어떻게' 돈을 건넸는지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았고 정치인 실명도 밝히지 않았다.

김 전 회장 측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이 대표가 로비를 주도했다면 이 대표를 언급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나 자신의 형량 등을 염두에 둔 `히든카드'로 아껴두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전 회장이 검찰을 상대로 접대 주장 등 '선전포고'를 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에게 책임을 미룬다면 김 전 회장이 추가 폭로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