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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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들이 올 상반기 수십억원을 들여 '마스크 사재기'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관은 마스크 구입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산하 52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기관은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총 74억8000만원을 들여 마스크 550만장 가량을 대량 구입했다. 52개 기관 임직원은 9만6000여명으로 직원 1인 당 매일 한 장씩 사용해도 57일 분량이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져 '마스크 5부제'까지 시행됐던 상반기에 공공기관은 마스크를 대량 매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는 마스크 56만1724장을 구입하기 위해 14억2000만원을 들여 직원 1인당 131장씩을 확보했다. 강원랜드도 마스크 구입에 10억1400만원을 들여 1인당 78장씩(총 29만2000장)을 샀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직원 1인당 164장, 한국동서발전은 144장씩을 확보했다.

일부 기관은 계약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도 확인됐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L사와 7억2000만원의 마스크 계약을 체결했다. 한 차례의 입찰공고도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L사는 KF94 규격의 시험 검사·성적서를 강원랜드에 제출했지만 확인 결과 미인증 제품이었다.강원랜드는 납품 수량 중 사용수량을 제외한 전량을 반품 조치했지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사는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판매한 이력이나 도소매 이력이 아예 없는 회사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공적마스크 공급 등을 목적(판매처로 지정됨)으로 6차례의 수의계약을 통해 79만장 가량의 마스크를 구입했는데 이중 4차례를 K업체와 계약했다. 5억3000만원 규모로 전체 수량의 77.5%에 해당하는 62만장이다. K업체는 공공기관과의 거래가 전무한 곳으로 지난해 마스크 제품 하자로 긴급 회수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거의 준전시 상황일 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업체와 빠르게 계약을 진행한 것"이라며 "제품 하자 사항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52개 기관 중 36개 기관이 수의계약을 통해 마스크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국민들이 마스크 한 장을 구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줄을 서야 했을 때 공공기관 직원들은 '마스크 풍년' 속에 있었던 것"이라며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마스크 구입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이나 편법은 없었는지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