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번역본으로 최초…미국번역상·루시엔상 동시 수상도 처음
김이듬 "펄쩍 뛰고 울었다…내 작품 유니크하다던데 미국에선 보편적이라고 해"

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를 공동 번역한 제이크 레빈, 서소은, 최혜지가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 주관 미국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에 받았다고 16일 한국문학번역원이 전했다.

한국 문학 작품을 옮긴 번역자가 미국번역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하나의 작품을 번역해 미국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문학번역원은 밝혔다.

미국번역상은 ALTA에서 매년 번역가들에게 주는 미국 내 대표적인 문학번역상으로 올해 22회를 맞았다.

번역이란 지난한 작업을 통해 새로운 문학 텍스트를 창조하는 작업을 격려하려는 취지다.

상금은 2천500달러.
루시엔 스트릭상은 아시아 지역 시 작품 번역본으로 대상이 한정된 특별상 격으로 상금은 6천달러다.

미국 시인이자 불교문학 번역가인 루시엔 스트릭을 기리고자 제정됐으며, 역대 수상자 중 한국문학 작품을 텍스트로 한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저명한 재미교포 시인이자 번역가인 최돈미가 김혜순 시집 '전 세계의 쓰레기여, 단결하라'와 '죽음의 자서전'을 번역해 수상했다.

2014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히스테리아'는 미국에서 지난해 액션북스를 통해 나왔다.

문학번역원이 지원해 영어권에서 펴낸 세 번째 시집.
심사위원단은 이날 열린 ALTA 온라인 콘퍼런스 시상식에서 '히스테리아' 번역본에 대해 "의도적으로 과도하고 비이성적인 시들로 구성된 흥미롭고 놀라운 작품"이라며 민족주의, 서정주의,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면서 한국 여성 시학의 계보를 잇는다"고 평했다.

미국번역상과 스트릭상은 번역자가 받는 상이지만, 작품 자체도 인정받았다고 의미를 둘 수 있다.

김이듬은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독자도 없고 혼자 시를 쓰는 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위로가 좀 됐다.

새벽에 연락받고 펄쩍 뛰고 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 작품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좋아한다는 반응은 얻지 못했다.

어렵다, 난해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일부에선 퇴폐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그래서 심리적으로 위축도 됐지만, 묵묵히 그냥 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내 작품이 하도 '유니크하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번에 미국에서는 내 시가 사람들의 보편적 감정을 건드린다고 평가하더라"면서 "그런 평가도 위로가 좀 됐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를 쓰겠다"고 덧붙였다.

김이듬은 자신의 시 시계에 대해 "타고난 성격이 위악적인 건 해도 위선적인 것은 못한다"면서 "현실세계에서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마음 가는 대로 시를 쓴다.

시에는 경찰도, 국회의원도, 법률도 없으니 내 마음대로 말하고 뛰는 게 내가 시를 쓰는 기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위해 복무하거나 사상을 전파하려고 시를 쓰는 게 아니므로 써지는 대로 시를 쓴다"고 덧붙였다.

시집 '히스테리아'는 영국 시인이자 번역가인 새러 맥과이어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한 '새라 맥과이어 시번역상'(The Sarah Maguire Prize for Poetry in Translation)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고 김이듬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