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고 나서 두 달 걸리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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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바닷가 한 횟집에서 만난 탁원경(58)씨는 집을 수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근 공사 장비를 다루다가 실수로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어도 쉴 여유가 없다고 했다.
탁씨가 운영하는 2층 규모 상가는 지난 9월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많이 부서졌다.
건물 3층 높이가 넘는 10여m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면서 바다와 접한 구룡포읍 일대 건물이 파손되고 침수됐다.
탁씨는 "9월 3일이 생일인데 참 황당한 생일을 맞았다"며 "구룡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지만 그런 태풍은 처음이었고 파도에 만성이 돼 있는데도 그렇게 떨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도가 해일처럼 덮친 날 건물이 흔들리고 쩍 하는 소리가 들리자 살림집이 있는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려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미 다 부서지고 집기가 쓰러지는 바람에 나가지도 못한 채 2층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간신히 목숨만 건진 셈이다.
아침이 돼 나가본 구룡포읍 해안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 후 40여일이 지났지만 탁씨는 망가진 상가 수리를 마치지 못했다.
한꺼번에 많은 곳에서 피해 복구공사를 하다가 보니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달 말께 수리를 마치더라도 두 달 간 영업하지 못한 손해와 수리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예산 지원은 침수에 따른 재난지원금 200만원이 전부다.
탁씨는 "그나마 살림집이 있어서 지원받을 수 있었지 일반 상가나 창고는 지원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탁씨 상가뿐만 아니라 구룡포읍 해안가는 곳곳에서 상흔이 남아 있다.
태풍으로 부서진 방파제 축대는 여전히 쓰러져 있고 피해를 본 상가는 대부분 수리 중이다.
심하게 부서진 창고나 집은 철거됐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었다가 많이 파손된 한 상가는 아예 새로 짓고 있었다.
이전과 다른 점은 바다와 접한 곳을 2중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 요새처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옆 2층 규모 횟집도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천장이 내려앉아 들어가기도 어려웠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돼 있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으로 공사를 못 하고 있어 완전한 복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횟집 업주는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구하더라도 워낙 인건비가 비싸서 복구공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올해 말이나 돼야 공사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