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LP 공장 운영 하종욱 마장뮤직 대표 인터뷰
"4년 전 주문량 없어 발품 팔아…지금은 '행복한 비명'"
"까칠한 재생수단 LP, 젊은 세대에겐 '힙'하게 다가오죠"
LP는 불친절한 음반이다.

가격이 비싼 데다 관리도 까다롭다.

'지지직'하는 소리를 시작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잡음을 품고 있어 소리가 혼탁하다.

그런데도 요즘 음악 소비자들, 특히 디지털 음원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LP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하종욱 마장뮤직앤픽처스 대표는 "소유와 경험, 접촉이라는 물리적 과정을 통한 음악 듣기에서 LP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LP를 찾아 구매하고, 이를 직접 만지고 정성 들여 감상해야만 비로소 '음악을 듣는다'라고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LP는 불편한 조작을 하고 신기한 잡음이 깔려 있고 유난스러운 조건과 예의를 갖추어야만 소리를 내어주는 까칠한 재생 수단이에요.

이게 미래의 음악 소비자에게는 가장 '힙'하게 다가오는 거죠."
그는 "LP는 가장 풍부하고 따스한 소릿결을 포착한다"며 "여기에 귀를 열면, LP에 담긴 향기와 온기를 내 것으로 비로소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 미국 LP 시장, CD 추월하며 인기…"국내서도 주문량 2∼3배 늘어"
마장뮤직은 국내 유일의 LP 제작 공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4년 전 LP 기획·생산을 위해 법인을 설립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LP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하 대표와 직원들은 주문이 없어 음악계 지인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 시장에서 7∼8년 전부터 인기 흐름을 탄 LP가 올해 상반기에는 CD보다 2배가량 더 많이 팔렸다.

34년 만에 처음으로 LP 시장이 CD 시장을 추월했다.

국내 LP 시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으나 하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LP가 거대한 '현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을 체감했다"고 했다.

500장 정도의 주문 수량이 1천장, 2천장으로 늘고 가요·클래식 명반을 재발매하던 흐름은 신보를 발매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올해부터 숨 고를 틈도 없이 한 음반 제작 수량이 수천장, 만여장으로 확대되고 주문량은 전년 대비 2∼3배 이상에 이르렀어요.

지난 6월부터는 2교대, 야간 근무를 해야만 하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
이런 열기에 힘입어 최근 마장뮤직은 그동안 LP로 제작한 아티스트 10팀의 음악과 이야기가 담긴 컴필레이션 LP 'MCMP 플레이티드 Vol.1'을 선보이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목표액보다 169% 많은 약 1천 700만원이 모이며 큰 관심을 받았다.

사세도 확장하면서 LP 공장 시설 자동화,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신축 공장 설립, 코넥스 상장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까칠한 재생수단 LP, 젊은 세대에겐 '힙'하게 다가오죠"
◇ "BTS·아이유와도 작업하고파…'장인'이라는 각오로 일할 것"
마장뮤직은 조용필, 김광석, 어떤날, 조동진, 장필순, 빛과소금, 해바라기, 이문세, 신승훈 등 관록 있는 대중 가수 앨범뿐만 아니라 클래식 앨범까지 LP로 제작해왔다.

크러쉬, 백예린, 서사무엘, 최고은, 다이나믹 듀오 등 트렌디한 뮤지션의 LP도 이곳의 프레스 기계에서 탄생했다.

하 대표는 마장뮤직이 처음으로 만든 어떤날 1, 2집을 가장 애착이 가는 LP로 꼽으면서 "당시 문득 감회가 터져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저희에게 가장 지속해서 작업을 의뢰해온 아티스트는 총 4번을 협업한 크러쉬에요.

이후의 작업도 계속하고 싶다는 감사와 기대를 지녀봅니다.

"
그는 국악 앨범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이하이 등 좀 더 대중적인 가수의 앨범도 LP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렇듯 마장뮤직은 지금까지 수백장의 LP를 생산해냈지만, 얼마 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백예린 1집 일반판 제작 도중 불량이 생겨 배송 기일을 맞추지 못한 것. 이 LP는 선주문 수량만 1만3천여장을 기록해 화제가 된 음반이다.

하 대표는 "명백히 실수를 인정한다"며 "품질 관리라는 숙제를 새삼 느끼게 된 반성의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은 LP의 생산 시설이 꾸준히 명맥은 유지하고 있었음에 비해, 국내는 지난 20년 사이에 이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기술과 노하우를 복원하고 발전시키는 게 어려웠죠. 우리는 모두 장인과 기술자, 전문가의 각오로 일해야 한다는 결의를 하게 됐습니다.

"
"까칠한 재생수단 LP, 젊은 세대에겐 '힙'하게 다가오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