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마이삭'으로 큰 피해를 본 연·아연 생산지 함경남도 검덕지구 복구현장을 시찰하고 낙후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 '본보기 산간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 동지께서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실제 와보니 검덕지구의 피해가 생각보다 대단히 컸다"며 "혹심한 피해 흔적을 말끔히 가셔내고 복구 건설의 터전을 힘차게 다져나가고 (있다)"고 복구 현장에 투입된 군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김정은은 그러나 산비탈에 단층 주택을 지어놓은 검덕지구의 낙후한 생활상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반세기도 훨씬 전에 건설한 살림집이 아직 그대로 있다"며 "재해로 무너진 집들만 새로 지어줄 생각을 했지 너무나 기막힌 환경과 살림집에서 고생하는 인민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저런 집도 다 헐어버리고 새로 지어주지 못하는 것이 속에서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덕지구 인민의 살림살이에 응당한 관심을 돌리지 못해 이렇게 뒤떨어진 생활 환경 속에서 살게 한 데 대해 심하게 자책해야 한다"며 "대흥과 검덕, 룡양의 세기적인 낙후를 싹 털어버리고 삼지연시 다음가는 국가적인 본보기 산간도시, 광산도시로 훌륭히 전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단계로는 80일 전투 기간에 피해 복구 건설에 총력을 다하고, 2단계로 8차 당대회에서 5개년 계획 기간에 해당 지역에 2만5000세대 주택을 새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이 직접 책임진 가운데 군이 자체 조달한 건설자재를 바탕으로 건설에 나설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국가적으로 중시할 정책대상을 정하면 타산부터 앞세우면서 패배주의에 빠져 우는 소리만 늘어놓고 분주탕이나 피우는 국가계획기관들에 손을 내밀지 않고 군이 시멘트, 강재, 연유를 비롯한 건설자재도 전적으로 맡아 명년부터 매해 5천세대씩 연차별로 건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덕광산은 북한의 대표적인 연(鉛·납)과 아연 산지이며 대흥과 룡양광산은 마그네사이트 생산지다.

태풍 '마이삭'의 직격탄을 맞자 김정은이 지난달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검덕지구 복구에 군부대를 동원할 것을 지시했으며, 친필 편지까지 공개하고 수도당원사단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검덕지구에서는 주택 2300여세대를 새로 건설 중이며, 총공사량의 60%까지 공사가 진행됐다.

김정은은 이날도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연회색 인민복을 입고 복구 현장을 둘러봤다. 다만 일부 군인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날 시찰에는 박정천 군 총참모장, 리일환 당 부위원장, 김용수 당 부장,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수행했다. 김정관 인민무력상과 박 총참모장이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한 뒤 해군사령관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동행한 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