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영유아 감기에 항생제?…소아비만 부르는 '위험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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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영유아 3만명 분석…"사용량 많고, 처방 이를수록 비만위험 40%↑"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 균형 깨져…영유아 처방에 더욱 신중해야"
항생제는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거나 죽여서 세균성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을 말한다.
항생제가 없던 과거에는 인류가 세균에 의한 감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중세 시대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인구의 3분이 1이 사망했던 흑사병(페스트)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다가 1928년 영국의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래밍이 푸른곰팡이에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면서 다양한 세균 감염병을 치료할 기회가 생겼다.
이후 새로운 항생제를 계속 개발해 사용하면서 인류의 수명이 늘어났고, 모든 세균성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도 품게 됐다.
하지만, 항생제 사용이 증가할수록 내성균이 증가하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세균 스스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거나 다른 내성균으로부터 유전자를 전달받아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내성을 획득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내성균이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량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특히 영유아(생후 24개월 이내)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의대와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팀이 공동으로 세계 6개국(한국,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미국)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1인당 항생제 처방 건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서 태어난 아이들은 만 2살이 될 때까지 1인당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이는 세계적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노르웨이의 0.45건보다 7.6배나 높은 수치다.
이탈리아(1.50건), 스페인(1.55건), 미국(1.06건), 독일(1.04건) 등과 견줘도 처방량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항생제가 없던 시대처럼 자신의 면역력이나 운에 기대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에는 영유아에 대한 과도한 항생제 처방이 내성균 문제뿐만 아니라 소아비만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처음으로 제시됐다.
국제학술지 '대사: 임상과 실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 최근호를 보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박영준·장주영)은 2008∼2012년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은 3만1천733명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소아비만은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물론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비만한 유아 3명 중 1명은 성인이 된 후에도 비만 체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생후 24개월 이내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결과, 투여한 항생제의 종류가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처음 투여한 나이가 어릴수록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항생제를 5가지 계열 이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1가지만 투여했을 때보다 비만 가능성이 약 42%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 항생제를 180일 이상 사용한 경우에도 30일 이내로 항생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비만 위험이 40% 높았다.
최초 항생제 투여 시기도 비만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생후 6개월 이내에 처음 항생제를 처음 맞은 아이는 생후 18∼24개월에 견줘 비만 위험이 33%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런 연관성의 원인이 '장내미생물균총'에 있는 것으로 봤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장(腸) 속에 들어 있는 미생물들이 손상을 입어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면서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쁜 균을 없애려고 항생제를 쓴 게 오히려 유익균에까지 손상을 입힌 셈이다.
박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3만명 이상의 대규모 표본을 바탕으로 국내 항생제 사용과 소아비만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과도한 항생제 사용이 내성은 물론이고 비만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항생제 사용에 따른 득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 균형 깨져…영유아 처방에 더욱 신중해야"
항생제는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거나 죽여서 세균성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을 말한다.
항생제가 없던 과거에는 인류가 세균에 의한 감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중세 시대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인구의 3분이 1이 사망했던 흑사병(페스트)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다가 1928년 영국의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래밍이 푸른곰팡이에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면서 다양한 세균 감염병을 치료할 기회가 생겼다.
이후 새로운 항생제를 계속 개발해 사용하면서 인류의 수명이 늘어났고, 모든 세균성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도 품게 됐다.
하지만, 항생제 사용이 증가할수록 내성균이 증가하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세균 스스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거나 다른 내성균으로부터 유전자를 전달받아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내성을 획득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내성균이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량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특히 영유아(생후 24개월 이내)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의대와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팀이 공동으로 세계 6개국(한국,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미국)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1인당 항생제 처방 건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서 태어난 아이들은 만 2살이 될 때까지 1인당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이는 세계적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노르웨이의 0.45건보다 7.6배나 높은 수치다.
이탈리아(1.50건), 스페인(1.55건), 미국(1.06건), 독일(1.04건) 등과 견줘도 처방량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항생제가 없던 시대처럼 자신의 면역력이나 운에 기대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에는 영유아에 대한 과도한 항생제 처방이 내성균 문제뿐만 아니라 소아비만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처음으로 제시됐다.
국제학술지 '대사: 임상과 실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 최근호를 보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박영준·장주영)은 2008∼2012년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은 3만1천733명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소아비만은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물론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비만한 유아 3명 중 1명은 성인이 된 후에도 비만 체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생후 24개월 이내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결과, 투여한 항생제의 종류가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처음 투여한 나이가 어릴수록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항생제를 5가지 계열 이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1가지만 투여했을 때보다 비만 가능성이 약 42%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 항생제를 180일 이상 사용한 경우에도 30일 이내로 항생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비만 위험이 40% 높았다.
최초 항생제 투여 시기도 비만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생후 6개월 이내에 처음 항생제를 처음 맞은 아이는 생후 18∼24개월에 견줘 비만 위험이 33%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런 연관성의 원인이 '장내미생물균총'에 있는 것으로 봤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장(腸) 속에 들어 있는 미생물들이 손상을 입어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면서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쁜 균을 없애려고 항생제를 쓴 게 오히려 유익균에까지 손상을 입힌 셈이다.
박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3만명 이상의 대규모 표본을 바탕으로 국내 항생제 사용과 소아비만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과도한 항생제 사용이 내성은 물론이고 비만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항생제 사용에 따른 득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