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무효" 판결도 법인 이사회 "재임용 결정"도 모르쇠 일관
손원영 교수, 학교 상대 '방해금지' 가처분 제기…오늘 첫 심리
'불당훼손' 사과 신학교수 부당해고 1332일…눈가린 서울기독대
불당을 훼손한 교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복구 비용을 모금했다 해고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가 법원의 파면 취소 판결은 물론 학교 법인 이사회의 복직 결정에도 대학 측의 반대로 강단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13일 개신교계 등에 따르면 손 교수가 서울기독대에서 파면 조치된 건 2017년 2월 20일의 일이다.

그는 2016년 1월 한 개신교인이 경북 김천시 개운사 법당에 들어가 불상과 법구(불교의식에 쓰는 기구)를 훼손한 사실을 접하고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신교계를 대신해 사과하는 글을 올리고 불당 복구를 위한 모금에 나섰다.

이를 두고 서울기독대 교단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그해 4월 손 교수의 신앙을 조사하도록 했고, 학교 측은 징계위를 열어 이듬해 2월 손 교수를 파면했다.

대학 측의 징계 사유는 손 교수가 교단의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 등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손 교수는 부당 해고를 호소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파면이 무효라는 것을 확인했고, 대학 측이 상고를 포기하며 작년 11월 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불당훼손' 사과 신학교수 부당해고 1332일…눈가린 서울기독대
서울기독대 법인인 환원학원 이사회는 올 4월 법원 판결을 수용해 대학에 손 교수를 재임용하라고 했으나, 대학 측은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울기독대 측은 손 교수가 2018년 12월 한 불교 법회에서 "예수님은 육바라밀(六波羅蜜·6가지 수행덕목)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한 것을 두고 정통 교리를 따르지 않은 '이단(異端)' 행위라며 재임용은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학 측은 환원학원 이사회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으나 이사회가 학교 측의 재임용 불가 결정을 일방적으로 뒤집었다고도 주장해왔다.

이사회는 대학 측이 재임용 조치에 계속 불복하자 올 8월 이사장 명의로 '교수재임용 통보' 문서를 보내 손 교수를 신학교 부교수로 재임용할 것을 촉구했으나 대학 측의 복지부동은 계속되고 있다.

손 교수는 최근까지 학교 측에 복직을 촉구하고자 학내 연구실 앞으로 출근해 1인 시위를 벌여왔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한번 더 법원에 호소하기로 했다.

그는 서울서부지법에 서울기독대 총장 등 학교 관계자 3명을 상대로 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오후 첫 심문이 있을 예정이다.

손 교수는 전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목사인 총장이 학교를 마치 교회처럼 운영하는 게 문제"라며 "학교가 학문보다 신앙의 논리를 우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복직을 위한 법원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매주 화요일마다 학교로 출근해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당훼손' 사과 신학교수 부당해고 1332일…눈가린 서울기독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