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신용대출 및 기업대출 심사가 한층 깐깐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은행 문턱이 더 높아지면 중소기업이 줄줄이 자금난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 “대출 문턱 높일 것”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회사 대출 행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4분기 은행권의 가계일반대출태도지수는 -9로 3분기(9) 대비 18포인트 급락했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회사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플러스면 그 반대다. 대출태도지수는 각 금융사의 여신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개인신용대출을 비롯한 가계일반대출지수는 지난해 4분기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주택대출지수는 4분기 -6으로 3분기(-18)보다는 올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기업 대출을 받기도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전 분기(12) 대비 15포인트 내려가면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상환이 유예된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한꺼번에 부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며 “사전에 위험관리를 하려는 분위기가 금융권에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中企에 담보·보증 더 요구”

은행들이 보는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4분기 26으로 조사됐다. 신용위험지수가 0보다 높으면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답한 금융사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도 각각 15, 24를 나타냈다.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것도 그만큼 가계·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커졌다.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다 담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집행한 무담보·무보증 신용대출은 2015년 말 33.3%에서 올 6월 말 기준으로 25.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53.9%에서 60.3%로 증가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해줄 때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는 등 문턱을 높였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이 줄어든 저신용·저소득층·중소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금융사들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익환/김대훈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