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AI '錢의 전쟁'…승자는 지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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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AI 투자 4년 성적, 인간에 참패
2016년 알파고 이세돌에 압승
AI 알고리즘도 같은해 투자 입문
'로보 펀드' 바람
AI 올 평균 수익 1.9%에 그쳐
마이너스 수두룩…펀드 수도 급감
AI 투자 4년 성적, 인간에 참패
2016년 알파고 이세돌에 압승
AI 알고리즘도 같은해 투자 입문
'로보 펀드' 바람
AI 올 평균 수익 1.9%에 그쳐
마이너스 수두룩…펀드 수도 급감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대결은 인공지능(AI)의 힘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4 대 1로 알파고가 승리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AI 실력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이세돌이 거둔 1승도 기적같은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같은 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인간과 AI 간 경쟁이 시작됐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이름의 AI를 활용한 각종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4년간 벌인 ‘인간 대 AI’의 1라운드 투자 대결은 ‘지구인’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첫선을 보이면서 2라운드가 시작됐다. 진화한 AI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동안 AI 펀드는 기대에 못 미쳤다.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펀드가 허용된 첫해 8개 펀드가 개설됐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8개가 새로 출시됐다. 하지만 ‘반짝 인기’였다. 2018년에는 2개가 청산됐다. 작년과 올해 새로 나온 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3개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수익률이 투자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데다 손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결과로만 본다면 AI의 참패”라고 말했다.
AI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EMP펀드도 인간에 미치지 못했다. EMP(ETF managed portfolio)는 특정 자산군이나 지수, 테마 등에 따라 움직이는 ETF에 투자한다. 여러 개의 ETF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셈이다. 특히 EMP펀드 중에서 자산배분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일수록 AI 활약이 두드러진다. 주식은 물론 채권, 회사채, 리츠, 원자재 등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AI가 조절한다. 실제 국내 17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가운데 10개가 자산배분(멀티애셋 포함) 전략의 EMP펀드다. 하지만 수익률은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 못 미친다. 17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89%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공모 글로벌 자산배분전략 펀드의 평균 수익률(3.71%)에 크게 뒤진다. 수익률 1, 2위는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KTB자산운용의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연초 대비 수익률 6.94%)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EMP리얼리턴플러스(4.85%)였다.
AI 자문형 펀드인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과 브이아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각각 -3.10%, 0.05%에 그쳤다.
업계에선 눈에 띄는 변화가 없으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 장세를 거치면서 주요 자산군 간 상관관계가 사실상 붕괴한 상태라 직접 AI의 로직에 개입해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식형 ETF 가운데 액티브 운용상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주식형 ETF는 특정 지수의 성과를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형 펀드만 거래가 가능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선 아크(ARK)운용사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 등과 같이 혁신기술 테마에 맞춰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상품이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액티브 ETF에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형태의 ETF가 이미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일단 수익률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AI투자에 대한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범진/박재원 기자 forward@hankyung.com
같은 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인간과 AI 간 경쟁이 시작됐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이름의 AI를 활용한 각종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4년간 벌인 ‘인간 대 AI’의 1라운드 투자 대결은 ‘지구인’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첫선을 보이면서 2라운드가 시작됐다. 진화한 AI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기대 못 미친 수익률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아문디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한때 AI알고리즘이 운용하는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 청산됐다. 펀드의 1년 수익률은 2.39%에 불과했고, 실망한 투자자가 이탈했다. 결국 청산 대상인 수탁액 50억원 미만의 펀드로 전락했다.그동안 AI 펀드는 기대에 못 미쳤다.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펀드가 허용된 첫해 8개 펀드가 개설됐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8개가 새로 출시됐다. 하지만 ‘반짝 인기’였다. 2018년에는 2개가 청산됐다. 작년과 올해 새로 나온 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3개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수익률이 투자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데다 손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결과로만 본다면 AI의 참패”라고 말했다.
AI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EMP펀드도 인간에 미치지 못했다. EMP(ETF managed portfolio)는 특정 자산군이나 지수, 테마 등에 따라 움직이는 ETF에 투자한다. 여러 개의 ETF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셈이다. 특히 EMP펀드 중에서 자산배분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일수록 AI 활약이 두드러진다. 주식은 물론 채권, 회사채, 리츠, 원자재 등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AI가 조절한다. 실제 국내 17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가운데 10개가 자산배분(멀티애셋 포함) 전략의 EMP펀드다. 하지만 수익률은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 못 미친다. 17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89%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공모 글로벌 자산배분전략 펀드의 평균 수익률(3.71%)에 크게 뒤진다. 수익률 1, 2위는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KTB자산운용의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연초 대비 수익률 6.94%)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EMP리얼리턴플러스(4.85%)였다.
AI 자문형 펀드인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과 브이아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각각 -3.10%, 0.05%에 그쳤다.
AI의 반격 가능할까?
AI는 미래보다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투자판단을 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를 운용하는 성준석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지금 국내에서 활용되는 AI 펀드 알고리즘은 모두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확률 분포를 만들고, 이 확률 분포 내에서 최선의 투자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AI전략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지난 3월 급락장처럼 급변하는 변수에 대응능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업계에선 눈에 띄는 변화가 없으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 장세를 거치면서 주요 자산군 간 상관관계가 사실상 붕괴한 상태라 직접 AI의 로직에 개입해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차전은 액티브 ETF
위기에 놓인 AI 진영은 ‘액티브 ETF’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 첫선을 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AI코리아그로스 액티브’ ETF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AI 알고리즘으로 투자 종목을 선정한다.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혁신기술테마 액티브’는 절충형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70%의 종목을 선정하고, 30%는 매니저가 재량으로 투자 종목과 매매 시점을 결정한다. 이를 통해 코스피지수에 견줘 초과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액티브형 펀드다.주식형 ETF 가운데 액티브 운용상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주식형 ETF는 특정 지수의 성과를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형 펀드만 거래가 가능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선 아크(ARK)운용사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 등과 같이 혁신기술 테마에 맞춰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상품이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액티브 ETF에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형태의 ETF가 이미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일단 수익률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AI투자에 대한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범진/박재원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