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조성보다는 협상 여지…미 대선 후 본격 힘겨루기 예상
北, 새 ICBM 공개·美, 유감 표명…그래도 북미 모두 절제 대응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새로운 전략 무기를 공개하고 미국도 즉각 유감을 표명하면서 향후 북미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미 모두 상대방을 자극하기보단 절제된 대응을 한 점으로 미뤄볼 때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이후 북미간 대화 여지는 열어놨다고 분석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당시 미국을 공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위적 억제력'이란 표현을 써 가며 최첨단 군사 장비들을 대거 선보였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길이와 직경이 굵어지고 사거리가 확장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극성-4형'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초대형방사포 등으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아직 시험 발사를 하지 않은 신형 ICBM과 신형 SLBM을 공개했을 뿐 그 성능을 직접 과시하지 않은 데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특정하지 않아 실제 미국이 이 무기들을 어느 정도의 위협으로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이는 북한이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동시에 북한이 미국에 대한 압박성 카드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로우키 행보'로 읽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신 전략무기를 공개하지 않으면 차기 미 행정부에서 북한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고, 과도할 경우 미국과 협상 동력이 소멸할 수도 있는 만큼 적정선에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원론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으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북한이 개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며 "북한이 금지된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우선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의지도 동시에 드러냈다.

관건은 이제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미국 대선 이후 북한과 미국의 전략과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부이다.

미 대선 이후 북미 관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 대선까지는 이렇다 할 도발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선 이후에는 향후 있을 북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새로운 전략무기를 시험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도 대선까지는 상황 관리에 주력하겠지만, 북한이 도발할 경우 새 정부 출범 초반의 분위기와 여론을 의식해 강력히 대응할 수 있다.

북미가 강대강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착 국면에 놓인 북미 대화 재개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후에 김 위원장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쾌유를 바라는 공개 전문을 보내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론 조사상 우세를 보이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도 당선 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비해 북한에 대한 관여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지난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비핵화 목표로 나아가게 하는 실제적 전략의 일환이라면 (김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미 대선 이후 한국의 외교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 모두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한국이 돌파구 마련에 가교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열병식 때 절제된 대응을 하고 미국도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등 양측 모두 대화의 여지를 남긴 만큼 한국의 중재 역할에 따라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