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년 역사를 지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IBM이 전통 사업인 IT서비스 부문을 분사하기로 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 사업에 집중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분사하는 IT서비스 부문은 30년 가까이 IBM의 주력 사업이었지만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하면서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IBM, 클라우드·AI로 '100년史' 다시 쓴다
IBM은 8일(현지시간) 기업들의 IT 시스템을 관리해주는 서비스 부문을 떼어내 별도 회사로 세운다고 발표했다. IT서비스 부문은 IBM 매출과 인력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771억5000만달러(약 88조8000억원) 가운데 190억달러(약 21조9000억원)를 IT서비스 부문이 올렸다. 전체 직원 35만2600명 가운데 약 9만 명이 이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IT서비스 부문 분사는 IBM이 과거를 버리고 미래에 과감하게 투자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IT서비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으로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IBM의 IT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매출 규모는 여전히 크지만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9년 역사의 IT 개척자인 IBM이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 개편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IBM 주가는 5.94% 올랐다. IBM 주가는 올 들어 전날까지 7%가량 떨어진 상태였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반사이익을 얻으며 올해 주가가 70% 이상 오른 아마존이나 30%가량 상승한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경쟁사와 비교할 때 크게 저조한 성적이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미래를 다시 정의하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서 대규모 거래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IBM은 그동안 위기 때마다 과감한 변신으로 시장을 개척해 왔다. 1980년대 PC 시장을 주도한 IBM은 이후 델테크놀로지스 등에 밀리자 2005년 레노버에 PC사업부를 매각했다. 한때 큰 관심을 받았던 반도체 사업도 구조조정했다. 반도체 제조 부문의 수익성이 나빠지자 2014년 관련 사업을 글로벌파운드리에 매각했다. 이후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로 변신했다.

IBM은 이번 IT서비스 분사를 통해서는 클라우드와 AI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IBM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MS 등에 크게 밀리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폐쇄형과 개방형 클라우드 등을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와 개방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목해 IT 인프라를 운영하는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IBM은 전망하고 있다. IBM이 2018년 대표적 개방형 소프트웨어 업체인 레드햇을 인수한 것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