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준비·의전, 방역 등 시름 덜었으나 요청 자료 부담은 여전
하루에 4개 단체 몰아서 감사, "물리적으로 깐깐한 국감 어려워"
지자체 국감 국회서 한꺼번에…"공무원 반색" vs "맥빠진 국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가 코로나19 사태로 각 시·도와 경찰청 국정감사를 지역 현지가 아닌 국회에서 한꺼번에 하기로 해 '맹탕 국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국감장 마련과 의전, 방역 등 국감 준비 시름을 크게 덜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8일 각 시·도에 따르면 국회 행안위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경기도와 경기남·북부지방경찰청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경찰청 국감 장소를 당초 해당기관 현장에서 국회로 변경했다.

강원·경북·충북·제주도는 오는 20일, 세종·대전·광주·울산시는 22일 각각 국회 행안위 회의실에서 국감을 받는다.

해당 지방경찰청 국감은 23일 이어진다.

이에 지자체와 경찰청은 2년 만에 받는 국정감사 장소가 국회로 변경되자 국감장과 오찬 준비, 의전, 코로나19 방역 업무가 크게 줄게 됐다며 반색이다.

강원도 한 고위 관계자는 "국감장 준비와 국회의원 방문에 따른 의전 업무를 하지 않아도 돼 부담은 줄었다"며 "무엇보다 방역 대책에 고민이 많았는데 한시름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경찰청 한 경찰관도 "아무래도 국회의원의 직접 방문이 없다 보니 의전 등을 안 해도 돼 홀가분하다"며 "유례없는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불가피하면서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국회 본관 출입을 시·도별로 12명까지만 허용하고 국감장에는 단체장을 포함해 4명만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원도 제한적이어서 지자체들은 출장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으나 자료와 방역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비행기를 타고 '원정 국감'을 받으러 가야 하는 제주도는 사전 준비를 위해 국감 하루전인 19일 원희룡 도지사를 포함한 실·국장 전원이 서울로 이동할 예정이다.

자료를 모두 들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서울본부에서 국감 자료를 출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료를 준비하는 담당 부서에서는 국가 사무에 포함되지 않거나 10년 치나 되는 자료를 한꺼번에 요청하는 등 과도한 요구가 여전해 업무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또 행안위 소속 의원을 1반과 2반으로 나눠 진행하는 지역 현장 국감은 1개 반 11명의 의원이 주로 자료를 요구하나 국회 감사는 분반 없이 행안위 소속 22명의 의원 모두가 자료를 요청할 가능성이 커 업무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걱정한다.

지자체는 준비에 부담이 줄었으나 국감을 국회에서 하루에 여러 광역시·도를 몰아서 진행하면 꼼꼼하고 깊이 있는 질의나 이슈 제기 등이 쉽지 않아 '맥빠진 국감'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민연대 김지훈 부장은 "울산은 세종, 대전, 광주와 함께 국감을 받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국감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봐야 할 듯하다"며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 형식적인 국감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안이 있으면 의원들이 질의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내용을 파고들어 문제점을 지적하고 담당 공무원 등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과 추석 연휴 감염 등을 고려했다는 점은 이해하나 국감의 기본 취지마저 무색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개혁이라는 열망을 담아 21대 국회에 국민적 기대가 컸는데 국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국감을 축소 운영하는 형태가 돼 실망스럽다"며 "코로나를 조심하는 건 당연하지만 형식까지 축소하는 방식으로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창해 이재현 김용태 고성식 이승형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