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사연에 따르면 A씨는 고생 끝에 다이어트에 성공, 30kg가량 체중을 감량한 후 현재의 남자친구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매번 모임 자리에서 다른 이들의 남자친구 자랑을 듣기만 했던 A씨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기쁜 첫 연애였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친구 덕분에 자신감까지 상승했다고.
친구들 역시 A씨의 연애 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진으로 A씨 남자친구의 얼굴을 본 친구들은 "네 첫 남자친구인데 꼭 직접 보고싶다"고 만남을 종용했다. 사귄 지 몇달 밖에 되지 않아 조심스럽다는 A씨의 말에도 친구들은 모임에 같이 나오라며 졸랐고, 결국 A씨는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남자친구를 친구들에게 소개한 A씨는 친구들의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인사를 나눈 후 긴장이 풀리자 친구들은 장난스레 A씨의 남자친구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A의 어떤 게 좋아서 사귀는 거에요?"
"예뻐서 좋아요"
"아~ 그럼 과거사진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보여드릴게요. 여기서 누가 A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 보여준 사진은 A씨의 다이어트 전 사진이었다. A씨는 "딱 봐도 나 혼자 뚱뚱해서 눈에 띄는 상태의 사진이었다. 남자친구는 '다 예뻐서 못 고르겠다'고 말하고는 넘기는데 친구들은 계속해서 팔뚝이 굵게 나온 사진이나 뱃살 접힌 모습 등을 보여주더라. 왜 굳이 남자친구 앞에서 과거사진을 들먹이며 조롱을 하는건지.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자꾸 눈물이 나려 하더라"고 토로했다.
모임이 끝난 후 A씨는 남자친구에게 다이어트 사실을 고백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오히려 멋있어 보인다. 친구들이 좀 이상한 것 같으니 거리를 두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제일 심하게 자신을 조롱했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친구는 "얼마 안 만난 남자 말만 믿고 10년 넘게 알고 지낸 우리한테 뭐하는 거냐"고 오히려 큰소리치며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우리끼리 있을 때처럼 옛날 사진 보면서 논 건데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다"고 답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글쓴이가 뚱뚱했을 땐 우월감 느끼고 살다가 이제 살 빼고 멋진 남자친구 만나니까 심통나는 듯", "내가 잘 될 때 진정으로 기뻐하고 좋아해 줄 수 없는 사람과는 손절해라", "친구들이 진짜 못됐다. 남자친구 말 들으시길", "부러워서 저런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친구들은 10년 친구인 글쓴이에게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첫 만남이었는데 너무 배려가 없네", "인성에 문제 있는 듯", "혹시 친구들이 뚱뚱한가", "오랜 시간 함께했다고 전부 날 위해주는 사람은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넸다.
실제로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총 364명(남자 166명, 여자 198명)을 대상으로 '친구에게 연인 소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A씨의 경우처럼 지인에게 연인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흑역사 공개'는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연인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은 친구 유형 1위로 '내 흑역사를 말하는 친구'(22.3%)가 꼽혔다. 이어 2위는 '내 연애사를 잘 아는 친구'(16.2%)였고, 3위는 '바람둥이 친구'(15.4%)였다. 이 밖에도 '나보다 외모가 뛰어난 친구'(12.9%), '입이 거친 친구'(8.8%) 등의 의견이 있었다.
연인을 소개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친구 평가'(30.2%)와 '연인 반응'(23.9%)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연인 반응'(31.3%), '친구 평가'(26.5%) 다음으로 '비용'(13.3%)을 꼽았고, 여성은 '친구 평가'(33.3%)와 '대화 주제와 분위기'(26.8%), '연인 반응'(17.7%)이라고 응답했다.
친구에게 연인을 소개하기 적당한 연애 기간은 '3~6개월'(31.3%)로 나타났으며, 소개하고 싶은 이유로는 '연애를 평가 받고 싶어서'(26.9%), '연애 중인 것을 알리고 싶어서'(24.5%), '연애를 자랑하고 싶어서'(20.3%) 등의 응답이 나왔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