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장작 등 전통방식 고수
장독 3000개마다 생산연도 표시
개인별 장독…요청하면 배달해줘
신개념 블렌딩 된장도 개발 나서
연매출 30억 중 30%가 해외매출
마을 주민들과 1995년부터 협업
기업과 농촌의 '상생 스토리'로 진화

국내외 유명 레스토랑 셰프와 프리미엄 식품 유통사를 사로잡은 된장 제조업체 ‘죽장연’ 공장이다.
정연태 죽장연 대표(55)는 “우리 전통장도 와인처럼 생산 연도와 숙성 방법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서로 다른 빈티지 된장을 블렌딩한 신개념 블렌딩 된장을 곧 선보인다”고 말했다.
죽장연은 마을 이름 ‘죽장면’과 ‘자연’을 결합해 만든 회사명이다. 2010년 정 대표가 이 골짜기 66만1167㎡(20만 평) 터에 전통장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공해가 없고, 일교차가 큰 데다 하루종일 햇볕이 잘 드는 지역이라 장을 담그기엔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정 대표와 죽장면의 인연은 특별하다. 1995년 부친인 정봉화 영일기업 회장이 포스코 포항사업장 내 운송을 전담하던 시절 죽장면과 ‘1사 1촌’ 자매결연으로 연결됐다. 영일기업은 고추와 사과 수확기에 부족한 일손을 돕거나 농기계를 무상 수리해주는 등의 활동을 했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장을 담가 영일기업 직원이 먹을 1년치 물량을 선물로 보냈다. 10여 년간 인연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농한기에 일할 기회가 생겼다. 자연스럽게 죽장면에 전통 장 사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됐다.
정 대표는 미국 남일리노이주립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오리온 등에서 외식업 등을 추진한 경험을 살렸다. 그는 “한국적인 맛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죽장연 시작 때부터 설비는 현대식으로 하되, 제조 방법은 전통 방식을 고집했다. 죽장연에서는 70㎏ 무게의 무쇠 가마솥 16개로 콩을 삶고 11월 콩 수확기에 메주부터 빚는다. 콩을 세척할 때는 최신 설비를 쓰지만, 콩을 삶을 때는 참나무 장작을 땔감으로 쓰는 식이다.



죽장연이 1년간 사용하는 콩은 연간 약 30t. 수요처는 늘고 있지만 생산량보다 차별화한 맛을 구현해 품질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죽장연은 지하 저장고에서 연도별 된장을 비율을 달리해 블렌딩한 뒤 완성품으로 내놓는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포항=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